“中·러 거부권 땐 독자행동”… 美, 대북제재 배수진

입력 2017-09-11 05: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표결이 11일(현지시간)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군사적 옵션과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독자행동을 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9일 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통신 등 현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원유 공급 중단과 김정은 해외자산 동결을 핵심으로 하는 대북 제재안 처리를 놓고 안보리 상임이사국들 간에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섬유제품 수출 금지를 제외한 나머지 제재는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미국은 제재안을 수정하기보다 차라리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배수진을 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대북 제재 결의가 무산되면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단독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특히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을 차단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이 자체적으로 핵무장을 하더라도 미국은 이를 막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NBC뉴스는 보도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기 위한 외교전에 가세했다. 메르켈총리는 10일 발행된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존탁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를 통과시키기 위해 유럽은 단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종식시키기 위하여 ‘이란 핵합의’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동북아 지역의 군비경쟁은 누구도 원치 않는다”며 “한반도 위기는 반드시 외교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한 데 이어 안보리 표결이 예정된 11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고 대북 제재 동참을 호소할 계획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9일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각각 통화한 뒤 대북 공조에 뜻을 같이 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확고하고 단합된 대응을 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마크롱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프랑스의 입장은 일본과 완전히 일치한다”며 “북한의 최근 핵실험이 전 세계에 위협이 되고 있으며 엄격하게 상황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고 NHK방송이 전했다.

한편 북한의 교역국 순위 3위인 필리핀이 북한과 교역을 중단했다. 알란 피터 카예타노 필리핀 외무장관은 지난 8일 성 김 필리핀주재 미국대사와 만난 뒤 북한과의 교역 중단을 발표했다. 카예타노 장관은 “이번 조치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에 따른 것으로 필리핀은 유엔 결의를 완전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북한과 필리핀의 지난해 교역액은 8600만 달러(약 973억원)로 중국, 인도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