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83위의 반격… 스티븐슨, US오픈 첫 정복

입력 2017-09-10 19:15
슬론 스티븐스가 9일(현지시간) 뉴욕주 플러싱 메도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 단식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시드도 배정받지 못한 세계랭킹 83위 선수가 테니스 메이저대회 US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슬론 스티븐스(24·미국)는 9일(현지시간) 뉴욕주 플러싱 메도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16위 매디슨 키스(22·미국)를 2대 0(6-3 6-0)으로 완파했다. 스티븐스는 1시간 1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 키스가 30개의 실책을 범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반면 스티븐스는 실책이 6개에 불과했다. 이로써 스티븐스는 메이저대회에서 생애 첫 정상에 올랐다. 이전까지 최고 성적은 2013년 호주오픈 4강이었다.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US오픈 여자 단식에서 시드를 배정받지 못한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스티븐스가 역대 두 번째다. 2009년 킴 클리스터스(벨기에)가 시드뿐 아니라 세계랭킹도 없는 상황에서 US오픈 정상에 선 것이 처음이었다. 스티븐스는 또 세계랭킹 시스템이 도입된 75년 이후 역대 4번째로 낮은 순위로 메이저대회 정상에 오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77년 호주오픈의 이본 굴라공(호주)과 2009년 클리스터스가 세계랭킹 없이 1위를 차지했고, 78년 호주오픈에서 크리스 오닐(호주)이 세계랭킹 111위로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스티븐스는 또 윌리엄스 자매를 제외하고는 2002년 호주오픈(제니퍼 캐프리아티) 이후 15년 만에 메이저대회 여자단식을 제패한 미국 선수가 됐다. US오픈만 따지면 98년 린지 대븐포트 이후 19년 만에 윌리엄스 자매 이외의 미국인 여자단식 챔피언이 됐다.

스티븐스는 한때 여자 테니스계에서 유망주였다. 2013년 4개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직후 왼발 피로골절 진단을 받았고, 올해 1월 수술을 받았다. 올 7월 복귀할 당시 스티븐스의 세계랭킹은 900위권 밖까지 떨어져 있었지만 기량을 회복해 결국 정상에 올랐다.

한편 올해 테니스 메이저대회 여자단식 우승자 4명 중 2명이 한국 대회에 한꺼번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져 국내 팬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오는 18일부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리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KEB하나은행·인천공항 코리아오픈 출전 선수 명단에는 스티븐스와 프랑스오픈 우승자 옐레나 오스타펜코의 명단이 올라 있다.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