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노사가 국내 대기업 처음으로 임금인상률을 물가지수에 연동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임금인상률은 통계청이 발표한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인 1%로 결정했다. 또 기본급 1%를 기부금으로 출연, 사회적 상생기금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노사는 12일 이 같은 내용의 임단협 조인식을 갖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 노사의 임금 물가연동제는 관행처럼 여겨졌던 임금협상의 소모적인 구태를 벗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기업 노조의 경우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임금협상을 벌이는 것이 예사였다. 이로 인해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특히 고액를 받는 귀족노조임에도 임금인상을 위해 파업까지 서슴지 않는 곳이 적지 않아 비판이 잇따랐다. SK이노베이션의 새로운 임금협상 방식은 노사가 신뢰에 바탕을 뒀다는 측면에서 노사갈등의 원천적 차단효과도 기대된다.
당장 10월부터 실시키로 한 1% 기부금 출연이 눈길을 끈다. 이는 SK이노베이션 전 구성원이 2007년부터 자발적으로 해 오던 ‘1인 1후원 계좌’ 기부를 노사가 합의해 제도화한 것이다. 구성원이 기본급의 1%를 기부하면 이 금액만큼 회사가 또 기부금을 적립하는 방식이다. 이 돈은 협력업체 직원의 복지 및 사회의 소외계층 지원 등에 쓰인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노사가 함께 실천한다는 다짐이어서 크게 환영할 만하다.
임금협상은 사업장이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른 만큼 SK이노베이션의 시도가 다른 기업으로 급속히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 향후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근로자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다툼의 큰 불씨였던 임금협상 패러다임을 새롭게 제시한 사실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시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 등을 잘 보완해 하루빨리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사설] 눈길 끄는 SK 노사의 임금 물가연동제 합의
입력 2017-09-10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