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베니스 ‘황금사자’는 온난화·불평등 고발… 한국영화 ‘0’

입력 2017-09-10 21:50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의 휴양섬 리도에서 열린 제74회 베니스영화제 폐막식에서 황금사자상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제74회 베니스영화제 대상은 멕시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 ‘더 셰이프 오브 워터(The Shape of Water)’에 돌아갔다.

할리우드 배우 아네트 베닝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올해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단은 영화제 폐막일인 9일(현시지간) 이 같은 내용의 수상 결과를 발표했다. 델 토로 감독의 더 셰이프 오브 워터는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황금사자상을 잇는 심사위원대상은 이스라엘 감독 사무엘 마오즈가 메가폰을 잡은 ‘폭스트로트(Foxtrot)’가 받았다.

더 셰이프 오브 워터는 로맨스 영화의 얼개에 공상과학(SF) 영화의 문법을 보탠 작품이다. 작품 배경은 미국과 소련의 대결이 극한으로 치닫던 냉전시대. 미 정부가 운영하는 외딴 실험실에 근무하는 한 여성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언어장애가 있는 주인공은 실험실에 숨어 있는 괴생명체와 사랑에 빠진다. 델 토로 감독은 이를 통해 불평등 문제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환기시키며 영화제 기간 내내 평단의 격찬을 이끌어냈다.

1964년생인 델 토로 감독은 ‘판타지의 거장’으로 통한다. 유명세에 비해 작품이 많은 편은 아니다. 첫 장편 데뷔작이었던 ‘크로노스(Cronos)’(1993)를 시작으로 ‘미믹(Mimic)’(1997) ‘판의 미로’(2006) 등을 통해 독특한 상상력을 과시하며 명성을 쌓았다.

남우주연상은 ‘더 인설트(The Insult)’에서 출중한 연기력을 뽐낸 카멜 엘 바샤가 차지했다. 여우주연상은 ‘한나(Hannah)’의 샬럿 램플링에게 돌아갔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는 총 21개 작품이 초청됐지만 한국영화는 한 편도 없었다. 중국 감독 우위썬(吳宇森·오우삼)이 연출한 ‘맨헌트(Manhunt)’가 비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이 작품에 출연한 우리나라 배우 하지원이 레드카펫을 밟은 게 전부였다.

한국영화는 과거 베니스영화제에서 큰 성과를 거둔 적이 많았다. 2012년에는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고 2002년에는 ‘오아시스’로 이창동 감독과 배우 문소리가 각각 감독상과 신인배우상을 수상했다. 1987년엔 배우 강수연이 ‘씨받이’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