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적폐청산 구속영장 3건 동시 기각에 강력 반발

입력 2017-09-09 05:00
검찰이 이른바 적폐 청산 수사에서 청구한 구속영장 3건이 동시에 기각되자 법원을 이례적으로 공개 비난했다. 법원은 “도를 넘어섰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법원의 영장 기각과 검찰의 반발을 두고 양쪽이 서로 “의도가 뭐냐”고 따지는 감정적 대립 상황도 전개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8일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지난 2월 말 중앙지방법원에 새로운 영장전담 판사들이 배치된 이후 주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한 국민 이익과 사회정의에 직결되는 핵심 수사의 영장들이 거의 예외 없이 기각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최근 일련의 영장 기각은 이전 영장전담 판사들의 판단 기준과 차이가 많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 등 국정농단 연루자들의 구속영장 기각 사례도 나열하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의 ‘경향성’을 문제 삼았다. 검찰 관계자는 “누적된 불만이 터진 것”이라며 “이런 식의 기각 세례는 진실 규명이나 공범 추적을 하지 말란 얘기”라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사법 불신으로 귀결될까 우려된다”며 법원의 판단에 정치적 고려가 담긴 것 아니냐는 불신감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새벽 2∼3시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가 적다”며 검찰이 청구한 3개의 구속영장을 연이어 기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은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 전·현직 간부 2명, 방위사업수사부는 채용 비리 혐의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지원본부장에 대해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곧바로 “납득할 수 없다”는 문자메시지를 돌린 데 이어 오전 11시40분쯤 전례 없이 높은 수위의 비판 자료를 내놨다.

법원도 가만 있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은 대응 방식을 논의한 끝에 오후 3시30분쯤 “개별 영장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검찰이) 불필요하거나 도를 넘어서는 비난과 억측 섞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검찰의)부적절한 의견 표명은 향후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는 저의가 포함된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