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사용하게 된다면 그날은 북한에 매우 슬픈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발언은 군사행동 가능성을 강조한 것처럼 해석돼 이목을 끌었다. 반면 그는 전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를 마친 뒤에는 “군사 옵션이 첫 번째 선택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었다. 중요한 외교적 사안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나치게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셰이크 사바 알 아마드 알 사바 쿠웨이트 국왕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던 중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이 불가피한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어떤 것도 불가피한 것은 없다”면서 “그러나 군사행동도 분명 선택 가능한 옵션이며 일어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년간 북한과 대화를 하고 나면 합의가 이뤄진 다음 날 곧바로 북한은 핵 개발을 이어갔다”며 “북한은 그동안 못되게 행동했으며,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는 그동안 자신의 발언의 연장선일 수도 있지만 설명이 길어지는 과정에서 군사행동 쪽으로 더 다가간 것처럼 비춰졌다. 하지만 이런 발언은 오는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대화를 포기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이 아니고도 계속 대화와 군사 옵션을 오가는 식으로 발언해 왔다. 지난달 중순 북한이 괌 도발을 하지 않자 “북한과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가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나서자 다시 군사 옵션 가능성을 키웠다. 이후에도 중국과 얘기할 때는 대화 가능성을, 일본이나 유럽 쪽 정상들과는 군사 옵션에 무게를 실은 발언을 이어갔다. 워낙 발언이 오락가락하자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4일 “한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바보로 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군사 옵션 얘기가 다시 거론되는 가운데 미국의 지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의장단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평화적인 북핵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공화당 마이크 켈리, 피터 로스캠 의원과 민주당 제럴드 코널리, 아미 베라 의원 등 여야 하원의원 4명으로 구성된 의장단은 서한에서 “미국의 외교정책은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면서도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는 방식으로 행해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본토 및 미국령을 향해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을 격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미 인터넷 매체 뉴스맥스가 보도했다. 이 지시는 북한이 괌 포위사격을 위협한 직후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맥스는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향해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에 대해서도 요격 명령을 내릴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트럼프, 北이 美향해 미사일 쏘면 격추하라”
입력 2017-09-0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