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허리케인 ‘어마’가 카리브해 섬들을 초토화시키고 미국 플로리다를 향해 북상하면서 플로리다주에서만 50만명이 피난 행렬에 나섰다.
1∼5등급으로 나뉘는 허리케인 가운데 가장 위력이 강한 5등급인 어마는 풍속이 시속 295㎞에 달한다. AP통신은 어마의 위력이 허리케인이나 태풍 관측이 시작된 1970년대 이후 가장 강력했던 태풍 하이옌(315㎞)에 필적한다고 전했다. 하이옌은 2013년 6000여명의 사망자를 내는 등 필리핀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7일 어마가 강타한 카리브해의 푸에르토리코에선 교통편이 마비되고,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해 국민의 절반인 100만명이 암흑 속에서 밤을 보냈다. 3명이 목숨을 잃고 20만명의 사람들이 여전히 물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분점하고 있는 생 마르탱섬은 어마로 95%의 시설이 부서지거나 무너졌다. 로이터 통신은 지금까지 카리브해 일대에서 최소 1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도미니카공화국을 비롯해 아직 피해가 집계되지 않은 나라의 상황이 드러나면 사상자 수가 늘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어마가 8∼9일 아이티 쿠바 바하마 등을 거쳐 9∼10일 플로리다 남부 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릭 스콧 플로리다주 주지사는 67개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해안 지역 카운티 4곳에 강제 대피령을 내렸다. 스콧 주지사는 “어마가 92년 플로리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앤드루보다 강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앤드루는 당시 65명의 사망자와 260억 달러의 피해를 냈다.
플로리다주에선 현재 20만명가량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고 앞으로 추가로 20만∼30만명이 대피 행렬에 오를 것으로 CNN은 추산했다. 플로리다를 떠나려는 사람이 넘쳐나면서 항공권 품귀 현상으로 한때 플로리다발 국내선 요금이 3000달러(약 34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비난 여론이 일자 항공사들은 플로리다발 노선 운임의 상한선을 일시적으로 99달러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도로 역시 플로리다를 빠져나가려는 차량들로 정체가 극심했다. 주유소마다 기름을 채우려는 차들이 몰려들었지만 기름이 떨어진 곳이 많은 상황이다.
한편 허리케인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손잡고 모금운동에 나섰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H W 부시, 지미 카터 등 전직 대통령 5명은 이날 ‘원 아메리카 어필’이라는 이름의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카리브해 초토화한 ‘어마’ 플로리다 북상
입력 2017-09-0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