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없을 것으로 여겨지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의 연임에 먹구름이 꼈다. 7명으로 압축한 후보군에 포함됐지만 노조가 ‘반대’를 선언하면서 연임으로 가는 항해에 암초가 등장했다.
KB금융지주 확대지배구조위원회(확대위)는 8일 2차 회의를 열고 23명의 후보군을 7명으로 줄였다. 윤 회장 등 내부 후보자 4명, 외부 후보자 3명이다. 확대위는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KB금융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확대위는 컷오프 기준(그룹 내 2개 이상 회사 및 업무 분야 경험, 계열사 대표이사 경험이나 3년 이상 부행장급 경험)을 통과한 12명을 계량평가해 고득점자 7명을 추렸다. 다만 ‘최종 후보군(숏 리스트)’ 3명을 결정하기에는 시간과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숏 리스트는 14일 회의에서 확정된다. 26∼27일에 최종 후보군을 심층 평가해 최종 후보자 1명을 추천할 방침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윤 회장의 연임이다. 윤 회장은 ‘KB사태’를 조기에 수습한 공이 있다. 체질 개선에 성공해 올 2분기 실적에서 신한금융을 제치고 금융지주 1위를 탈환하는 등 적잖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노사관계가 발목을 잡고 있다. KB금융 노조협의회는 지난 7일 ‘KB금융 지배구조 개선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윤 회장의 연임 반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성과연봉제 도입 추진이나 노조 선거 개입 의혹 등으로 관계가 틀어진 데다 이번 회장 선출 과정에 투명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KB금융에서 후보군을 공개하지 않는 상황도 투명성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외풍’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7인 리스트’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외부인사 3명이 들어가 있다. 그동안 KB금융 최고경영자(CEO) 자리는 황영기, 어윤대, 임영록 등 정치권이나 관료 출신의 ‘낙하산’으로 채워져 왔다. 금융권에선 ‘관치금융의 대명사’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내부 출신 윤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고, KB 노조가 ‘낙하산 후보’ 배제를 위해 이사회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도 쉽지 않다는 시선이 많다. 새 정부 들어 참여정부 출신들이 금융권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3년 전 똘똘 뭉쳤던 노사 관계가 파열음을 내고 있어서다.
이달 말 KB금융 회장 인선이 마무리되면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는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금융그룹 가운데 KB금융에서만 회장이 행장을 겸임하고 있다. 윤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 연말쯤 두 자리를 분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노조 반대·외풍까지… KB금융 윤종규 회장 연임 먹구름
입력 2017-09-08 21:56 수정 2017-09-09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