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양강도 지하 미사일 발사장을 보수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기존에 배치됐던 구형 장거리 미사일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으로 대체하는 작업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정권 수립일(9·9절)인 9일이나 그 이후 화성 14형 시험발사를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양강도 삼지연군의 지하 미사일 발사장을 보수하는 공사에 착수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8일 보도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RFA에 “지난 4월부터 제1공병국이 동원돼 삼지연과 포태노동자구 사이에 위치한 지하 미사일 기지 보수공사에 들어갔다”면서 “철근과 시멘트가 심야에 몰래 기지로 반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강도 지하 미사일 기지는 1999∼2001년 사이에 건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하 미사일 기지는 은폐가 쉬운데다 해발 2000m 이상 산 속에 위치해 있어 고도가 낮은 강원도 원산이나 평북 구성보다 미사일을 멀리 보낼 수 있는 이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여기에는 ‘백두산 1호’ 미사일이 배치돼 있었는데 최근 화성 14형으로 교체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보수공사에 쓰이는 자재를 싣고 기지에 들어갔던 차량들은 백두산 1호 미사일을 분해한 부품을 싣고 나온다”고 말했다.
백두산 1호는 북한이 1990년대에 개발한 장거리 미사일로, 한·미 정보 당국이 붙인 ‘대포동 1호’라는 명칭으로 더 유명하다. 구소련제 스커드 탄도미사일을 북한이 자체 개량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1998년 8월 백두산 1호를 동해 쪽으로 발사해 일본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떨어뜨려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바 있다. 이 미사일을 추가 개량한 ‘은하 2호’와 ‘은하 3호’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과 ICBM급 화성 14형이 등장하기 전 미 본토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자주 거론됐다.
북한이 9·9절을 계기로 재차 대형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는 계속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지난 3일 화성 14형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한 점으로 미뤄보면 다음 도발은 모의 핵탄두를 장착한 화성 14형의 실사격 훈련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화성 14형이 최대 사거리까지 날아갈 수 있도록 고각(高角·수직에 근접)이 아니라 정각(正角·30∼45도)으로 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목표지점 수백m 상공에서 탄두를 폭발시켜 대기권 재진입 능력과 핵탄두 기폭 능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권 재진입 없이 수십∼수백㎞ 상공에서 탄두를 폭발시켜 EMP(전자기파) 공격 능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
한편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조치에 대해 “대결망동을 즉시 걷어치워야 한다”면서 “대책 없는 대결광란으로 수습불능이 돼가는 북남관계의 현 사태 책임은 전적으로 남조선 괴뢰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9·9절 앞두고 수상한 北… ICBM 축포 쏘나
입력 2017-09-0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