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사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중국의 ‘사드 보복’이라는 3대 악재를 만난 한국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산업생산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설비투자가 조정을 받는 등 회복세가 견고하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세계경기의 전반적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어 지난달 내놨던 3.0% 성장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8일 발표한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수출 증가세 지속 등에 힘입어 회복세가 이어질 전망이지만 대내외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최근 경기를 진단했다. 가까스로 회복세는 이어가고 있지만 3대 악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이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그동안 호조세였던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북한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39.52포인트 빠졌다. 원·달러 환율 역시 1127원대로 상승했다. 지정학적 위험 등이 원화가치를 끌어내린 결과다.
전 산업생산이 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지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7월 설비투자가 전월대비 5.1% 감소하면서 조정압력을 받고 있고, 내수 회복세 역시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매판매는 지난 7월 기준으로 전월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지난달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액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고, 휘발유와 경유 판매량도 6.1% 줄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109.9로 전달(111.2)보다 하락했다. 그나마 승용차 판매가 늘었지만 이는 지난해 6월말 종료된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따른 기저효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7월 밝힌 3.0% 경제성장률 목표를 수정하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세계 경기가 선진국과 신흥국 전반에서 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이에 따라 10개월째 이어진 수출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러 불확실성들이 있지만 지금은 3.0% 성장경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3.0%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한편 추석을 앞두고 물가 오름폭이 확대되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2.6% 상승했다. 올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폭염과 폭우 등으로 채소류 가격이 오르면서 농축수산물 가격이 12.2% 올랐다. 신선식품지수 역시 18.3% 올랐다. 석유가격이 상승하면서 석유류 제품가격은 3.6% 증가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경제 ‘북핵·사드·한미 FTA’ 3대 악재에 흔들… 정부는 “3% 성장률 목표 여전히 유효하다”
입력 2017-09-0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