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주요 피의자의 구속영장이 8일 기각되면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를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격앙된 목소리가 나왔고, 대변인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논평까지 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례적으로 ‘국정농단 사건의 일련의 영장기각에 대한 입장’이라는 성명까지 내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일부 네티즌은 해당 판사가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가 청구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실을 부각시키며 거친 말로 비난을 쏟아냈다.
법과 양심에 근거한 판사의 판단을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채 비난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위험한 일이다. 해당 판사가 우 전 수석의 서울대 후배여서 영장을 기각했다는 주장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 올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지난 정권 실세들의 재판이 진행되면서 법원을 향한 근거 없는 비난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단순한 비난으로 끝나지 않고 판사 개인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신상털기’까지 벌어졌다.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 온라인의 익명성을 악용해 집단적으로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물론 이번에 영장을 기각한 판사의 판단이 일반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많은 국민이 국정원 댓글사건이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부인한 중대한 범죄이며, 철저히 수사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 영장전담 판사들의 판단기준과 차이가 많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검찰 주장을 법원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실제로 그런 것은 아닌지 살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구속영장 기각이 무죄 선고를 의미하지 않는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헌법에 명시된 권리이기도 하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검찰은 흔들리지 말고 수사를 이어가야 한다.
[사설] 영장기각 비난 여론몰이로는 적폐청산 어렵다
입력 2017-09-08 18:12 수정 2017-09-08 2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