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투성이로 무릎을 꿇은 부산 여중생 영상에 이어 또 하나의 영상이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장애학생 부모가 특수학교 설립을 부탁하며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울먹이는 장면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 현상’과 장애인 혐오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어서 씁쓰레하다.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는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2차 주민 토론회가 열렸다. 공진초등학교 폐교 부지에 장애인 특수학교를 2019년 3월에 신설한다는 서울시교육청의 계획에 따라 마련된 자리였다. 지난 7월초 1차 토론회가 무산된 가운데 이날 행사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주민들은 지역구 의원이 총선 때 약속한 대로 국립한방의료원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가 심하자 장애학생 부모 20여명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학교는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무릎을 꿇었다. 이 장면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 것이다.
장애학생들을 이웃으로 둘 수 없다는 서글픈 행태는 비단 이 지역만이 아니다. 특수학교 설립이 추진될 때마다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는 거셌다. 그 결과 2002년 경운학교(종로구) 이후 서울 시내에 특수학교가 설립된 건 올해 초 문을 연 효정초(강북구) 한 곳뿐이다. 무려 15년 만이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은 현재 8만9000여명이지만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2만5000여명에 불과하다. 어쩔 수 없이 일반학교에 가거나, 인근에 특수학교가 없어 수시간 이상씩 걸려 통학하는 장애학생이 부지기수다. 그렇지 않아도 장애인은 사회의 각 영역에서 차별받고 있는데 최소한의 교육 기회마저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를 버리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장애학생들도 어려움 없이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줘야 할 때다.
[사설] 장애인학교 설립 위해 부모가 무릎까지 꿇어야 하나
입력 2017-09-08 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