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도성훈] 교육다운 교육을 위해

입력 2017-09-08 18:01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박근혜 탄핵과 조기 대선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촛불민심이 반영된 새 정부는 어느덧 사회 각 분야의 적폐를 과감히 청산하고 있다. 가히 혁명적 변화인데 교육 분야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흔히 ‘대한민국 교육은 대통령도 못 바꾼다’고 말해 왔다. 정답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제대로 해결해 본 적이 없는 교육 적폐는 다름 아닌 ‘입시경쟁’과 ‘학벌사회’다. 이를 타파해야 하는 교육적 소명은 번번이 제도적 기득권 내지는 우리들 마음 안의 어떤 욕망과 결부되면서 좌절되어 왔다. 하지만 촛불집회 과정에서 우리는 시민들이 가진 민주주의의 힘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교육 적폐 해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지난주 교육부는 수능개편안 발표를 1년 미루는 결정을 내렸다. 절대평가제 도입이 이해당사자 간의 날카로운 논쟁으로 확산되며 졸속 추진될 뻔한 정책에 대해 숙고와 토론의 시간이 마련된 것은 다행이다. 입시경쟁의 체제 속에서 개인 노력으로 소위 ‘명문대’에 진학한다 해도 행복은커녕 생존도 쉽게 담보되지 않는다는 현실적 위기가, 역설적으로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게 됐다. 이를 위해 학교 안에서는 이미 2009년부터 전국 각지에서 혁신교육이 시작돼 공동체성에 기반을 둔 교수-학습 모델을 구축했고 이에 대한 대중적 확산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 개혁이 성공하려면 이와 더불어 반드시 이뤄야 할 세 가지 정도의 병행 과제가 있다. 첫째, 각급 학교의 혁신 교육활동이 대학 평준화 등 구조 개혁과 연동돼야 한다. 사실상 입시의 한 수단에 불과한 수능 정책만을 손보려 했기 때문에 탈이 난 이번 수능개편안 실무를 복기해 보라. 과거에도 논술이나 입학사정관전형 등이 도입될 때의 취지는 좋았지만 결국 더 심한 경쟁 수단으로 변질됐던 사례들을 깊게 새겨야 한다. 대안학교조차 대학 진학을 위한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는 자조는 교육 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둘째, 교육 개혁을 진심으로 바라는 대다수 시민들의 뜻을 믿고 따라야 한다. 낡은 교육 체제를 유지하려는 세력이나 소수 특권 세력의 목소리에 휘둘려서는 안 될 것이다. 외고나 자사고 폐지 논쟁도 그런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권적 학교의 틈바구니에서 이루어지는 일반고의 중흥 노력조차 그 의도와는 달리 결국 입시 체제를 더 공고히 하는 데 기여될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을 냉정히 직시해야 한다.

셋째, 교육계 내부의 변화에 대해 전사회적 개혁이 선행되거나 함께 추진돼야 한다. 최근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학벌 타파가 시도되고 있으며, 직업에 따른 임금 격차를 완화하려는 정책들은 고무적이다. 이것은 아이들의 꿈이 피어나는 학교다운 학교, 교육다운 교육을 만들어 나가는 바탕이 될 수 있다. 포퓰리즘이라며 공격받았던 무상급식이 이제는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또한 보편적 복지에 대한 끈질긴 폄하가 있었지만 이번 대선을 통해 기본소득이 논의될 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했다. 문재인정부가 이러한 시대정신을 잘 파악해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교육 혁명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도성훈 인천동암중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