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채용 키워드… 은행 ‘블라인드’, 공공기관 ‘합동’

입력 2017-09-08 05:00
■ 은행 채용문 ‘활짝’… 키워드는 ‘블라인드

안정적 근무환경과 고액 연봉으로 ‘인문계열 취직시장의 꽃’이라 불리는 은행의 취업문이 활짝 열렸다. 채용규모를 늘리고, 블라인드 면접을 확대했다. 몸집을 줄여왔던 그동안 행보와는 상반돼 정부 입맛에 맞추느라 무리하게 신규 일자리를 늘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KB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에 L1 신입행원과 전문직무직원을 포함해 500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7일 밝혔다. 신입행원 선발은 지난해(240명)보다 대폭 늘어난 400명 규모다. 학력과 나이에 따른 제한을 없앴다. 입사지원서에서 자격증과 어학점수 항목도 뺐다. 여기에 ‘블라인드 면접’을 전면 도입했다.

채용을 진행 중인 다른 시중은행도 선발 규모를 크게 늘렸다. 지난해 하반기 310명을 뽑았던 신한은행은 올해 450명을 선발한다. 입사지원서에서 증명사진 등 직무와 상관없는 항목을 뺐다. 우리은행은 300명, IBK기업은행은 250명을 뽑는다. 지난해보다 채용규모가 각각 150명, 60명 늘었다. KEB하나은행은 선발 규모를 확대하면서 블라인드 면접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하반기에 전년과 비슷한 규모로 뽑을 예정이지만 상반기에 이미 200명을 선발했다. 특히 은행들은 정보통신기술(IT)과 디지털 부문 채용을 늘리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돌풍, 핀테크(Fintech) 확산으로 관련 인력 수혈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디지털·빅데이터 부문과 정보기술(IT) 부문을 따로 뽑는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디지털 부문 경력직을 선발 중이다.

은행들은 그동안 희망퇴직, 지점 축소 등 ‘다이어트’에 몰두해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은행(신한·국민·우리·KEB하나·SC제일·씨티·농협·기업은행)의 임직원은 지난해 3월 9만8635명에서 올해 3월 9만3566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점포는 6031개에서 5845개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채용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옮겨가는 영업방식 변화에 맞춰 채용도 바꿔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고 말했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 46개 공공기관, 15개 부문 나눠 합동채용

46개 공공기관이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을 합동채용 방식으로 선발한다. 필기시험을 같은 날에 치러 일부 수험생의 중복합격을 막고, 과도한 경쟁률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응시기회가 줄어들면서 취업준비생의 반발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46개 공공기관을 모두 15개 그룹으로 나눠 하반기 합동채용을 실시한다고 7일 밝혔다. IBK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4개 금융공공기관과 항만 4개 공기업(부산·울산·인천·여수광양 항만공사)만 실시하던 합동채용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기재부는 중복합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공공기관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면서 수험생들은 준비하는 분야와 관련된 공공기관에 중복 지원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러 곳에 최종 합격한 응시생들은 가장 선호도가 높은 곳을 선택한다.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공공기관에선 갓 뽑은 인력이 이직하게 되는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중복합격에 따른 인력유출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다른 수험생의 채용 기회를 축소하는 결과로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다만 수험생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공공기관 입사를 준비하는 정모(31)씨는 “소신보다 합격이 우선인 응시생들이 대부분”이라며 “이제 필기시험 날만 되면 어디가 뚫기 더 수월할지 ‘눈치작전’까지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기재부는 46개 공공기관을 15개 날짜로 나눠 시험을 보도록 배려했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기관은 공항·철도·도로·항만 4개 분야로 나눠 오는 30일부터 11월 25일까지 각각 필기시험을 치른다. 11개 에너지 공공기관은 다음 달 28일부터 11월 18일 사이에 4개 그룹으로 나눠 필기시험을 진행한다. 한국전력공사의 필기시험을 보려면 같은 그룹으로 묶인 한전KPS는 포기해야 한다. 남부발전이나 남동발전처럼 같은 에너지 공공기관이라도 다른 그룹에 묶이면 중복 응시가 가능하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