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이도 학교는 가야” 학부모들 눈물로 호소

입력 2017-09-07 21:52 수정 2017-09-07 23:38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2차 주민토론회에서 장애학생 부모들이 설립 반대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학교를 세우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토론회는 지난 5일 서울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렸다. 웰페어뉴스 제공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5일 서울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토론회가 열린 탑산초등학교에서 자신의 공약인 국립한방의료원 설립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김 의원은 장애학생 부모의 발언을 듣지 않고 토론회 도중 자리를 떠 비난을 샀다. thekyunghyangtv 유튜브 캡처
장애학생 부모가 서울 강서구에 특수학교(서진학교) 설립을 부탁하며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영상이 온라인으로 퍼지자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 특히 특수학교 설립 예정지에 한방의료원을 짓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주민 사이의 갈등을 조장한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을 향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서명·청원 운동이 시작됐다.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는 지난 5일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2차 주민토론회’가 열렸다. 이은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는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장애가 있든 없든 학교는 가야 하지 않느냐”고 울먹이며 말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고성과 야유였다. 앞서 인사말을 했던 김 의원은 이 부대표의 발언이 채 끝나기 전에 토론회장을 떠났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교육청이 특수학교 설립 절차를 중지하고 보건복지부 주도로 국립한방의료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양 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한 주민이 일어나 “학교를 지을 수 있도록 무릎이라도 꿇겠다”며 반대 측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어 수십 명의 장애학생 부모들도 앞으로 나와 같이 무릎을 꿇었다.

토론회가 끝난 뒤 장애 학생 부모들이 무릎을 꿇는 영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빠른 속도로 전파됐다. 네티즌들은 강서구 일부 주민들의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 현상을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한국은) 천민자본주의에 뼈가 저리도록 물든 사회다. 오직 내 집값, 땅값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는 천박한 사회”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을 향한 비난도 거세다. 한 네티즌은 “김 의원, 당신에게 중요한 건 표밖에 없나요? 가치판단은 안 하나요, 못 하나요?”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이 비판을 받는 것은 그의 총선 공약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겠다고 처음 행정예고한 것은 2013년이지만 당시 서울시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취소됐다. 다시 설립이 추진된 것은 2014년 조희연 교육감이 취임한 이후부터다. 이때만 해도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의견은 적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20대 총선 때 서울시교육청이 특수학교를 짓기로 계획한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국립한방의료원을 짓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담당 부처인 복지부와 논의도 안 된 공약이었다. 그러나 이는 주민들의 특수학교 설립 반대 움직임을 부추겼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8월 두 번째로 행정예고를 하자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대위까지 만들어졌다.

서울 시내에 특수학교가 설립된 건 2002년 종로구에 경운학교가 개교한 이후 올해 초 강북구에 문을 연 효정초등학교가 처음이었다. 지난해 4월 기준 서울시내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학생은 1만2929명이지만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4496명(34.7%)에 그쳤다.

글=윤성민 박상은 이재연 기자 wood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