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에 성공한 한국 축구에 난데없이 ‘히딩크 복귀설’이 불고 있다.
한 매체에서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71·사진) 전 감독이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관심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많은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히딩크 감독 대망론이 자리잡고 있다. 청와대 청원운동마저 일어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을까. 바로 현 대표팀의 경기력 부진에 대한 팬들의 반발 심리 때문이다.
실제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의 경기력은 너무 안 좋았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은 선수 기용 실패와 단조로운 전술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최종예선 도중 경질됐다. 소방수로 나선 신태용 감독도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전 감독과 별 차이없는 모습을 보였다. 두 경기 동안 단 한 골도 못 넣고 유효슈팅은 총 3개에 그쳤다.
여기서 팬들은 한일월드컵 이후 본선 최악 성적(1무2패)을 남긴 2014 브라질월드컵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상황도 엇비슷하다. 당시 축구협회는 지금처럼 월드컵을 1년 앞두고 홍명보 전 감독을 선임했다. 연령별 대표팀을 지휘한 경험도 홍 전 감독과 신 감독이 유사하다. 하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두 차례 경기 부진까지 더해지며 신 감독이 자칫 홍 전 감독 이상의 나쁜 결과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깔려 있는 것이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7일 “(현 대표팀에 대한 불신이 크다보니) 2002년 월드컵 신화를 가져온 히딩크 전 감독에 대한 향수가 진한 것 같다”며 “히딩크 전 감독은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사령탑 등을 통해서도 성공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팬들은 이미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6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히딩크 감독님이 한국을 원합니다! 월드컵 대표팀을 맡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7일 오후 10시 현재 1400여명이 서명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히딩크 전 감독이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은 낮다. 이유야 어쨌든 대표팀을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킨 감독을 두 경기만 치르고 바꾸기는 쉽지 않아서다.
김호곤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7일 대표팀과 함께 귀국하면서 히딩크 복귀설에 “불쾌하고 어처구니가 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대표팀 경기력이 국민 눈높이에 못미치는 한 제2, 제3의 ‘히딩크 복귀설’이 꾸준히 나올 수밖에 없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또 ‘히딩크 복귀설’ 왜… ‘2002 환상’이 팬심 자극
입력 2017-09-0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