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릉에 이어 서울에서도 청소년 집단폭행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찰의 늑장·부실 수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지난 7월 12일 은평구 갈현동의 한 주차장으로 A양(13)을 불러내 집단으로 폭행한 혐의(공동상해)로 전모(14)양 등 중학생 6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형사미성년자인 2명은 따로 소년부에 송치됐다.
동네 친구 사이인 이들은 순서를 정해 A양의 뺨을 수차례 때리고 주먹으로 몸통을 쳐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A양이 건방지다는 이유로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양 등은 당시 A양과 함께 있던 친구에게 “너도 맞기 싫으면 피해자를 때리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가해학생 8명 중 3명은 과거 폭행 사건을 저질러 보호관찰을 받던 중이었지만 또 폭행을 저질렀다.
보복이 두려웠던 A양은 경찰에 신고도 못하고 있었지만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A양은 폭행을 당한 후 심각한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강릉경찰서는 B양(17)을 집단 폭행한 혐의로 C양(17) 등 6명에 대한 신병 처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B양이 지난 7월 자취방 등에서 집단폭행을 당한 뒤 두 달 가까이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경찰 수사는 더뎠다. 경찰은 지난달 20일에서야 가해자 5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지만, 공범인 D양(17)은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하지 못했다. 경찰은 여론의 관심이 쏠린 후인 지난 5일에야 D양을 찾아 조사를 끝냈다.
경찰은 또 가해자들이 촬영한 폭행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기 전까지 동영상의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수사가 늦어지는 사이 가해 청소년들은 SNS에 피해자를 조롱하는 글을 올리며 희희낙락했고, 피해자 가족들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가출한 D양의 소재를 파악한 날 공교롭게 이 사건이 알려졌다”며 “동영상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얘기하지 않아 알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도 경찰의 안이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피해 여중생 E양(14)의 부모는 지난 6월 30일 여중생 5명을 폭행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으나 제대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E양은 지난 1일 다시 폭행당했다.
피해자 측은 2개월 전 고소장이 접수된 시점에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했더라면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고소장이 접수된 이후 피해자에게 출석요구서를 3차례 발송하고, 3∼4차례 직접 찾아가기도 했으나 진술을 꺼려 수사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폭력사건에 대한 신속한 신고·처리 시스템 마련과 교육적 대안을 주문했다.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전대양 교수는 “1∼2명을 희생자로 만드는 또래집단에 의한 범죄는 육체적인 충격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큰 공포를 겪는다”며 “피해자와 가족·친구 등이 학교나 경찰에 신속히 신고하고 처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교대 사회교육과 황홍섭 교수는 “집단폭력 예방을 위해 폭력행위를 증폭시키는 각종 미디어 접근을 제한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며 “경각심을 줄 수 있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릉·부산=서승진 윤봉학 기자, 임주언 기자 sjseo@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서울서도 청소년 집단폭행… 늑장·부실수사 도마에
입력 2017-09-07 18:24 수정 2017-09-07 2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