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 회장에 이동걸 동국대 석좌교수, 수출입은행장에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7일 내정됐다.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내정된 후 금융권 후속인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회, 수출입은행장은 기획재정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동걸 내정자는 금융연구원장,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거친 진보성향의 금융 전문가다. 노무현정부 출범 전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다. 2009년 1월 금융연구원장에서 물러나면서 이명박정부의 경제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은성수 내정자는 세계은행(IBRD) 상임이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등을 거친 국제금융 전문가다. 수출입은행장은 최종구 전 행장이 금융위원장에 임명되면서 두 달째 공석이었다.
이동걸 내정자는 공교롭게도 현재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동명이인이다. 이 회장은 금융권 내 대표적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 앞서 사의를 표명한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이어 금융권 친박 물갈이 인사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금감원장과 산업은행 회장 등이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금융권 수장들의 임기가 새 정부에서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이 내정자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노조는 성명에서 “전(前) 정권의 낙하산 이동걸 회장이 가고 현 정권의 낙하산 이동걸 교수가 오는 격”이라며 “청와대 스스로 전 보수정권의 낙하산 놀이를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권 인사가 빠르게 이어지면서 문재인정부 내 경기고 금융 인맥도 주목을 받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동걸 내정자는 1969년 경기고에 입학한 동기다. 이동걸 내정자는 노무현정부 출범 전에 장 실장을 초대 금융감독위원장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최흥식 신임 금감원장 내정자는 입학 기준으로 이들의 경기고 1년 선배다. 참여연대는 최 내정자에 대해 “하나금융지주 사장 경력이 있다는 점에서 엄정한 금융 감독과 소비자보호를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친박 이동걸 가고… 친문 이동걸 온다
입력 2017-09-07 18:33 수정 2017-09-07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