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시계’ 온라인 불법거래… 靑, 수사 검토 지시

입력 2017-09-08 05:00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 시계(사진)의 온라인 판매와 관련, 경찰에 수사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원가가 4만원 정도인 ‘문재인 시계’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90만원을 호가하는 등 거래가 과열되고 공동구매 움직임까지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7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지시에 따라 문 대통령 시계 온라인 판매에 대한 법리 검토 중”이라며 “시계를 위조해 판매하는 경우, 진품을 직접 받은 사람이 판매하는 경우, 제조업체가 청와대를 통하지 않고 우회 판매하는 경우 세 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 시계에 특허권, 상표권 등이 있다면 위조판매는 관련 법 위반”이라며 “사기 등으로 접수된 사건이 있는지도 파악 중”이라고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지난달 네이버 중고물품 거래카페 ‘중고나라’ 등 온라인에서 문 대통령 시계가 공동구매 형식으로 거래 중이라는 경찰 첩보를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 시계는 국가유공자 등 청와대 초청 인사들에 한해 1인당 1개씩 증정된다. 공동구매 방식의 거래는 불가능하지만, 지난달 말 중고나라에는 이같은 방식으로 문재인 시계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민정수석실은 보고에 따라 경찰청에 수사 검토를 지시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민정수석실 자체 조사가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아니라 경찰 소관”이라고 했다.

대통령 시계의 임의 제조는 불법이다. 대통령 봉황 휘장과 서명은 각각 공기호(정부기관의 인장·서명·기호 등을 의미), 공서명(정부기관 관계자의 서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 시계는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사이트에서 부르는 게 값이다. 중고나라에서는 ‘90만원에 산다’는 댓글도 올라왔다. 시계 단가는 약 4만원이지만, 원가의 22배 넘게 거래가가 치솟은 것이다. 중고나라에서는 문재인 시계를 사려다 사기를 당했다는 글도 볼 수 있다.

이런 소동은 문 대통령 시계의 희소성 때문이다. 문 대통령 지지도가 높은 만큼 우표, 찻잔 등 ‘이니 굿즈’(문 대통령 애칭인 ‘이니’와 ‘굿즈(goods)’의 합성어)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최근 청와대 직원 일부가 직접 문 대통령에게 “저희에게도 시계를 달라”고 요청했으나 문 대통령은 “나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얼마 전 청와대에 초청받은 여당 의원들도 시계를 받지 못했다.

시계 주문 및 배포는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이 담당하고 있다. 한 달에 1000개 정도를 제작업체로부터 납품받아 선물하는 방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년치 1만2000개를 선주문했고, 한 달 주기로 1000개씩 납품 받는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규에는 청와대 행사 초청인사, 외빈, 해외 방문 시 동포들에게만 시계를 선물로 지급하게 돼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시계 선물 규정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해 불필요한 소동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불법 및 웃돈 거래까지 판치는데 차라리 시계를 청와대가 공식 판매하고 그 이익을 소외계층 지원에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동성 윤성민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