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7일 최승복 취업창업교육과장을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전담팀장으로 발령했다. 최 팀장을 포함한 교육부 직원 8명은 교육부 장관 직속으로 이달 설치되는 역사교과서 진상조사위원회 업무를 뒷받침한다. 전담팀과 위원회는 국정화 추진 경위, 의사결정 과정, 책임 규명, 재발방지 대책 등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백서도 발간키로 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의지가 담긴 전담팀과 위원회지만 교육부 내부에서조차 ‘코미디’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유는 ‘셀프 조사’ ‘면죄부용 조사’ ‘교육 난제 물타기’로 요약된다.
위원회는 외부 위촉 인사 13명, 당연직 위원인 교육부 간부 2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당연직 위원인 교육부 간부 A씨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이 한창이던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박근혜정부 청와대에서 교육정책 관련 핵심 역할을 맡은 장본인이다.
박근혜정부는 청와대와 가까운 서울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에 비밀 조직을 꾸리고 비서실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현재도 교육부 핵심 간부다. 이를 조사해야 할 최 팀장에게는 고시 선배다. 교육부 내에서 국정교과서 실무작업을 맡았던 역사교과서정상화추진단에서 2015년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근무했던 A연구사도 전담팀으로 발령을 받았다.
“박근혜정부 청와대의 강압 때문에 교육부는 어쩔 수 없이 수행했다.” 교육부 직원들 사이에선 이미 이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전담팀 조사는 당시 청와대의 강압이 어느 정도였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가 얼마나 폭압적으로 교육부를 몰아붙였는지, 교육부가 얼마나 청와대 하명에 저항하기 어려웠는지 등이 규명되면 교육부 책임은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외압에 흔들리지 않을 힘을 교육부에 줘야 한다”는 여론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교육 정책의 난맥상을 가려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문재인정부 등장 뒤 유독 교육 분야에서 혼란이 거듭됐다. 대표적 사례가 수능 개편이다. 2개의 시안으로 중학교 교실을 혼란으로 몰아넣더니 결국 판단을 1년 미뤘다.
김 부총리에 호의적이던 진보 진영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문재인정부가 중점 추진해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도 교육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기간제교사와 정규교사, 임용고시생, 교원 단체들이 연일 집회를 벌이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이슈분석] 교육부, 느닷없는 역사교과서 ‘셀프조사’… 정책 실패 덮기?
입력 2017-09-0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