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괴담송’까지 불렀는데… 민주당 ‘사드 침묵’ 이유는?

입력 2017-09-08 05:00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김현권 김한정 손혜원 표창원 박주민 의원(왼쪽부터)이 지난해 8월 3일 경북 성주군청 대강당에서 열린 사드(THAAD) 관련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지역주민의 얘기를 듣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표창원 김현권 박주민 소병훈 김한정 의원 등은 지난해 8월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 이른바 ‘사드 괴담송’을 함께 불렀다. 유행가 ‘밤이면 밤마다’를 개사한 것으로 ‘강력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 싫어’라는 등의 자극적인 가사가 포함된 내용이었다.

13개월이 지난 7일 사드 임시배치가 완료됐다. 앞서 지난 4일 환경부는 사드 기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 “전자파 등이 인체나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건부 동의 결론을 내렸다.

사드 괴담송을 불렀던 민주당 의원들 중 사드 임시배치 결정 이후 반대 목소리를 공개 표명한 이는 김현권 의원뿐이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도 동맹의 일방적 피해와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썼다. 한 여당 의원은 “국회의원이 집회 현장에서 선동적 발언과 노래를 한 것도 부적절한데, 당의 입장 변화에 침묵하듯 동조하는 것도 국회의원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사드는 군사적으로 무용지물”이라고 했던 추미애 대표도 사드 임시배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우원식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안보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지금은 대화보다는 제재·압박을 중심으로 대북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말 바꾸기’가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최종 결정한다는 것이므로 (말을) 바꾼 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반도 안보 상황이 계속 요동치면서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에 여당이 끌려가는 데 대한 부담감도 당 내에선 감지된다. 한 수도권 의원은 “상황이 변했으니 정책 변화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충분한 설명 없이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였으니 당분간 압박만 하겠다’는 식은 우리가 그동안 비판했던 전임 정부의 태도와 비슷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여당 중진의원은 “여당 의원은 정부와 다른 입장을 가졌어도 말 한마디 하기가 조심스럽다”며 “차라리 야당일 때가 국회의원으로서는 더 속시원했다”고 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 입장 또는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면 국민을 상대로 명확하고 충분한 설명이 선행돼야 한다”며 “국민 앞에서 솔직해지지 않고, 막무가내식으로 넘어가려 하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성격과도 맞지 않다”고 조언했다.

최승욱 정건희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