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상조 “이해진에 잡스 얘기 해주고 싶었다”

입력 2017-09-07 18:09 수정 2017-09-07 21:36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조사, 지주회사의 후진적 수익구조 문제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의장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수 없는 준대기업 지정을 요청하기 위해 지난달 공정위를 찾은 이 전 의장과 만난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 얘기를 할까 말까 하다가 안 했다”면서 애플사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이 전 의장을 비교했다.

김 위원장은 “잡스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만나는 사람을 모두 화나게 하는 독재자 스타일의 최악의 최고경영자(CEO)였다. 하지만 잡스는 미래를 봤고 그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잡스를 미워했지만 존경했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 정도의 기업이 됐으면 미래를 보는 비전이 필요하다”면서 “지금까지 이 전 의장은 잡스처럼 우리사회에 그런 걸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 전 의장과 짧은 대화를 했지만 그런 점에서 아쉬움을 느꼈다”면서 “지금처럼 가다간 수많은 민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 전 의장이 총수로 지정될 경우 해외에선 부정적 이미지가 커질 것이라는 네이버 주장에 대해 “설득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 전 의장만큼은 아니지만 그동안 금융투자자들을 많이 만났다”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네이버가 지정된 것을 이유로 같이 사업을 못 하겠다고 하는 투자자는 한국과 비즈니스를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네이버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 갑질 의혹과 관련해 “네이버가 동의의결로 자진시정한 사안을 잘 지키고 있는지 점검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2014년 3월 시장지배적 지위를 악용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 불공정 혐의로 조사받았고, 과징금 대신 동의의결 제도를 통해 자진시정 조치했다.

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