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영장 사본을 제시해 확보한 포털 이메일에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7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안재구(84) 전 경북대 교수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안씨는 인터넷 카페·블로그를 운영하며 북한의 주체사상을 찬양·선전한 혐의,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의 간부 명단과 활동 계획을 담은 보고서 등 이적표현물을 제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대법원의 판결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심급을 거치며 쟁점이 된 부분은 안씨가 지인에게 이메일로 보낸 ‘지식인과 변혁운동’ 문건 등의 증거능력이었다. 검찰은 안씨를 수사하던 2010년 1월 포털업체 네이버에 압수수색영장 원본 대신 사본만 팩스로 송부해 안씨의 이메일 일부를 수집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주체사상은 그 시대의 변혁운동을 영도해 나가는 가운데 창조된 빛나는 이론체계”라는 등의 문구가 발견됐다.
법원은 이 문건들을 위법 수집된 증거로 결론지었다. 피압수자의 동의가 있더라도 압수수색 시에는 영장 원본이 제시돼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헌법에서 선언하고 있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그 규범력은 확고히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영장 사본으로 수집한 이메일 대법원 “증거능력 없다” 판결
입력 2017-09-07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