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과감한 규제개혁 필요하다

입력 2017-09-07 17:38
문재인정부의 규제개혁 방안이 나왔다.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신산업·신기술 분야는 모든 규제를 풀어주되 사후에 문제가 되는 것만 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고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를 집중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 대해선 규제를 차등적으로 적용해 완화하고 국민생활 불편을 야기하는 보건·복지, 주거·건설, 도로·교통, 교육·보육, 문화·체육 등 5대 분야의 규제도 중점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소득주도 성장만 강조해온 문재인정부가 혁신성장을 위해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늦었지만 바람직하다.

신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하는 것은 기대할 만하다. 규제샌드박스는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모래 놀이터처럼 제한된 환경에서 규제를 풀어 신사업을 테스트하도록 하는 것이다. 영국이 핀테크산업 육성을 위해 2015년 최초로 시도했다. 일본은 2013년 국가전략특구에 이어 지난 5월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규제에 묶여 사업이 지연된 자율주행차, 드론, 맞춤형 헬스케어를 대상으로 미리 규제를 찾아내 정비하겠다는 것도 업계가 반길 만한 조치다. 그러나 이 정도 규제를 푸는 것으로 저성장 덫에 빠진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명박정부는 ‘전봇대 규제를 뽑겠다’고 했고 박근혜정부는 ‘암덩어리’, ‘손톱 밑 가시’ 규제를 없애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기업들이 돈 싸들고 투자할 만한 규제는 풀어주지 못했다.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부닥쳐 정부가 결단을 내리지 못한 탓이다. 금융·의료·교육·관광 등 노무현정부 때 수립된 서비스산업 육성 계획이 십수년째 공전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원격진료는 의료법·약사법에 막혀 10년째 시범사업만 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8에 들어간 헬스케어 앱도 국내에선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내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기업들이 투자할 분야를 꽁꽁 묶어두는 것은 모순이다. 이 참에 국회에 계류돼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때마침 기획재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미국 피터슨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쏟아진 학자들의 고언은 우리나라가 새겨들을 만하다.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 노동시장과 금융시장, 상품시장의 과감한 구조개혁을 통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일갈했다. 우리나라는 서비스업 발전이 미흡하고 규제 수준이 높아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더 과감한 규제 혁파가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