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채용문 ‘활짝’… 키워드는 ‘블라인드’

입력 2017-09-07 18:31

안정적 근무환경과 고액 연봉으로 ‘인문계열 취직시장의 꽃’이라 불리는 은행의 취업문이 활짝 열렸다. 채용규모를 늘리고, 블라인드 면접을 확대했다. 몸집을 줄여왔던 그동안 행보와는 상반돼 정부 입맛에 맞추느라 무리하게 신규 일자리를 늘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KB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에 L1 신입행원과 전문직무직원을 포함해 500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7일 밝혔다. 신입행원 선발은 지난해(240명)보다 대폭 늘어난 400명 규모다. 학력과 나이에 따른 제한을 없앴다. 입사지원서에서 자격증과 어학점수 항목도 뺐다. 여기에 ‘블라인드 면접’을 전면 도입했다.

채용을 진행 중인 다른 시중은행도 선발 규모를 크게 늘렸다. 지난해 하반기 310명을 뽑았던 신한은행은 올해 450명을 선발한다. 입사지원서에서 증명사진 등 직무와 상관없는 항목을 뺐다. 우리은행은 300명, IBK기업은행은 250명을 뽑는다. 지난해보다 채용규모가 각각 150명, 60명 늘었다. KEB하나은행은 선발 규모를 확대하면서 블라인드 면접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하반기에 전년과 비슷한 규모로 뽑을 예정이지만 상반기에 이미 200명을 선발했다. 특히 은행들은 정보통신기술(IT)과 디지털 부문 채용을 늘리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돌풍, 핀테크(Fintech) 확산으로 관련 인력 수혈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디지털·빅데이터 부문과 정보기술(IT) 부문을 따로 뽑는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디지털 부문 경력직을 선발 중이다.

은행들은 그동안 희망퇴직, 지점 축소 등 ‘다이어트’에 몰두해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은행(신한·국민·우리·KEB하나·SC제일·씨티·농협·기업은행)의 임직원은 지난해 3월 9만8635명에서 올해 3월 9만3566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점포는 6031개에서 5845개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채용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옮겨가는 영업방식 변화에 맞춰 채용도 바꿔야 한다는 숙제가 은행 앞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