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락가락하다 14개월 만에 이뤄진 사드 배치

입력 2017-09-07 17:39
보류됐던 사드 발사대 4기가 7일 경북 성주 기지에 반입되면서 사드 1개 포대 배치가 끝났다. 지난해 7월 한·미가 사드 한반도 배치를 결정한 지 14개월 만이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최소한의 방어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4개월 동안 북한은 핵실험을 2차례 감행했다. 미사일은 무려 17차례나 발사했다.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전후해서는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해 쏠 수 있는 능력까지 과시했다. 3대 세습독재로 정통성을 잃은 김정은이 핵·미사일 개발에 명운을 걸고 스케줄대로 움직인 것이다.

반면 우리는 사드 배치 하나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낭비했다. 국가안보가 지역이기주의에 가로막혔다. 사드 배치에 찬성하면 적폐세력이라는 안보 포퓰리즘에 심각한 내부 갈등이 빚어졌다. 국민의 힘을 한곳으로 모아 위기를 극복해야 할 정치권은 역할을 포기했다. 정부마저 달라진 남북관계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오락가락했다. 그러다보니 중국의 치졸한 경제보복에는 손도 쓰지 못하게 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화 되면서 사드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무기체계임이 확인됐다. 북한은 유사시 한반도로 향하는 미군을 차단해 남한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타격할 수 있다고 떠드는 것도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났을 때 미국에 남한 포기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하기 위해서다. 이런 북한의 남한 고립전략에 현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어무기가 사드다.

핵무기가 완성됐다고 선언한 뒤 북한은 서해 5도나 비무장지대에서 끊임없이 국지적 도발을 벌일 것이다. 핵에 대응할 수단이 없는 우리는 그 때마다 굴욕적인 대화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 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한반도에 제2, 제3의 사드가 배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다시 극단적인 반대투쟁으로 남남갈등이 빚어지고, 정파적 이익을 앞세우는 세력에 휘둘려 정부가 오락가락한다면 대한민국은 존립할 수 없다. 원칙을 세우고 일관되게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이웃의 생존문제를 놓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중국도 바로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