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원점으로 회귀했던 남·북·러 3각 협력사업을 한·러 중심으로 재편하는 내용의 신(新) 북방정책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9개 분야 협력사업을 중심으로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제3회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9개의 다리를 놓아 동시다발적인 협력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러 간 가스·철도·항만·전력·북극항로·조선·일자리·농업·수산업 등 9개 분야에서 다각도의 협력을 모색하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 국가들이 극동에서 경제 협력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북한도 이에 참여하는 것이 이익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그리고 그것이 핵 없이도 평화롭게 번영할 수 있는 길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력 협력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에너지 슈퍼링 구상, 몽골 고비 사막의 풍력·태양광을 결합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시내 한 호텔에서 가진 동포 간담회에서도 “그동안 극동 개발은 남·북·러 3각 협력을 중심으로 추진돼 왔는데 남북 협력 진도가 안 나가면서 한·러 협력도 지체됐다”며 “이제는 순서를 바꿔야 한다. 한·러 협력이 먼저이고 그 자체가 목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헤이그 특사 파견 110주년을 맞아 개최한 동포 간담회에서 차세대 동포에 대한 각종 지원 사업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최재형 이상설 이위종 이동휘 선생 등 독립유공자의 후손과 사할린 강제징용 1세대 동포 등 180여명이 참석했다.
블라디보스토크=강준구 기자
文대통령 “한·러 사이에 9개 다리 놓아 동시다발적 협력”
입력 2017-09-0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