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준동] 학종 폐지, 정시 확대가 답이다

입력 2017-09-07 17:33

대학별로 수시 모집 광고가 한창이다. 특집 기사도 쏟아진다. 11일부터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 12월 중순까지 전형이 이뤄진다. 수시와 정시로 대변되는 2018학년도 대입 모집이 긴 여정에 돌입했다는 신호다. 수시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교과, 학생부 종합, 논술, 실기 등으로, 정시는 수능으로 신입생을 뽑는다.

2006년까지만 해도 수시 비중은 전체의 절반도 안됐지만 이듬해 정시에 역전한 뒤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전체의 70%를 넘어서더니 올해는 역대 최대인 74%까지 올라섰다. 올해 수시 모집 25만8920명 중 14만159명(54.1%)은 학생부 교과전형으로, 8만3553명(32.3%)은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으로 선발된다. 서울 주요 15개 대학으로 좁혀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61.3%가 학종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소위 ‘SKY’만 들여다보면 학종은 절대적이다. 연세대는 교과전형을 아예 폐지해버렸다. 교과전형은 학생부 교과 성적에 의해 선발하는 제도고 학종은 비교과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한다.

현 대입 제도가 학종, 교과, 논술, 실기, 수능 위주로 나뉘지만 사실상 학종으로 압축되고 있다. 예체능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한 실기와 논술전형은 단계적으로 축소·폐지되는 과정이고 교과전형도 그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수능도 마찬가지다. 변별력 약화를 이유로 대학들의 수능 기피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남은 건 학종뿐인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이 교육주체로부터 거부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학종도 한몫했다. 4개 영역만 절대평가하는 1안이나 7개 영역 전체가 절대평가인 2안은 변별력 상실이란 약점이 있었다. 그러면서 가장 많이 주목받은 전형이 학종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영향력이 높아진 학종이 더욱 위력을 떨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불신이 가득한 학종에 대한 개선 없이 교육부 시안은 의미가 없다는 비판이 일었던 것도 이런 이유다. 수능 개편이 1년 유예라는 처방이 내려졌지만 학종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이 전형은 공교육 정상화라는 일부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돈으로 스펙을 쌓는 데 유리한 ‘금수저’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최근에는 일부 고등학교에서 학생부 조작 사건까지 터지면서 공정성과 신뢰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수능 개편은 절대적 전형으로 자리잡은 학종 개편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부에는 교과 성적 외에 수상 경력, 독서활동, 창의적 체험활동 등 다양한 비교과 요소가 반영된다. 이 가운데 수상 경력의 경우 학교마다 내신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 상을 몰아주는 경향이 많다. 소수를 위해 다수가 들러리서는 셈이다. 소논문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역시 기준이 모호하고 자기소개서는 소설처럼 꾸며서 쓴다고 해서 ‘자소설’로도 불린다. 학종은 ‘부모가 관리하고 컨설팅 학원이 만들어주는 전형’이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외국 입시 전문가들은 우리 입시 제도가 내실보다는 보여주기에 너무 집착하는 게 아니냐고 충고한다. 적확하고 날카로운 지적이다. 강남 학원가를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선행학습도 어찌 보면 학종의 영향이 크다 하겠다. 학습 진도를 가능한 한 빨리 빼야 각종 스펙을 쌓기 위한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어서다.

내년 8월이면 새로운 대입 제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고교, 대학, 학부모, 정부가 참여하는 협의체도 가동된다. 수능이 정답은 아니지만 많은 교육주체는 그나마 수능을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학종에 대한 의존도는 지나치다. 복잡하고 불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전형으로는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우리나라처럼 입시 공정성에 민감한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결국 학종 폐지·축소, 정시 확대가 답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언급했지만 대입 제도는 단순하고 공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