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수수료 포기”… 일임형 ISA 재조명?

입력 2017-09-08 05:00

시중은행들이 추진 중인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수수료 면제 움직임에 금융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년 ISA 세제 범위 확대와 맞물려 ‘제2의 ISA 붐’을 조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다만 시중은행의 일임형 ISA 수익률은 아직 증권사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 수익률 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다음 달부터 일임형 ISA에 손실이 날 경우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국민은행도 이런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다른 시중은행도 긍정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ISA는 ‘만능통장’이라는 별칭으로 출범했지만 절세 혜택이 5년간 최대 38만5000원(서민형)에 불과하다.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돼도 수수료를 꼬박꼬박 떼어가는 구조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회사들은 일임형 ISA에서 맡긴 금액의 연 1% 정도를 수수료로 떼어간다. 일임형은 금융회사들이 고객 돈을 맡아 대신 운용해준다. 고객이 투자 대상을 결정하는 신탁형보다 수수료가 비싼 편이다. 은행권에선 일임형 ISA의 마이너스 수익률 계좌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을 경우 고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ISA는 지난 7월 말 기준 가입자 수가 2만2000명 줄어드는 등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 연속 순감하고 있다. 현재 가입자 수는 221만명 수준이다.

내년부터 서민형 ISA의 비과세 한도 범위가 25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늘어나는 등 혜택이 확대되는 것도 긍정적이다. 서민형의 경우 77만원까지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중도 인출이 자유로워지는 것도 수수료 면제와 맞물려 ISA 가입을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수수료 면제 효과에 냉소적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수수료 면제를 검토해 본 적도 없다”며 “애초에 ISA 수익률이 잘 나오는 게 중요하지, 수수료를 면제해준다는 것만으로 고객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임형 ISA 전체 누적 평균수익률 1∼10위는 모두 증권사들 차지다. 지난 7월까지 누적수익률 1위는 NH투자증권(13.1%)이다. 이어 키움증권(10.64%), 삼성증권(8.48%) 등이었다. 누적수익률 기준으로 보면 초저위험형부터 초고위험형까지 5개 유형에서 1∼3위권 내에 포함되는 은행은 한 곳도 없다. 6개월 수익률 기준으로 우리은행의 ‘일임형 국내우량주 ISA’가 초고위험형에서 유일하게 1위를 차지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