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있는 곳에 세금… ‘주식 양도세’ 도입 물밑작업 활발

입력 2017-09-07 05:02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도입’을 위한 물밑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주식 거래세를 폐지하고 금융소득에 따른 전면 과세로 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조세저항 및 세수감소 위험성 등이 걸림돌이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자본시장연구원은 오는 15일 ‘금융투자상품 양도소득 과세체계 선진화 공동 세미나’를 연다. 주식 양도세 전면 도입을 비롯해 과세제도의 바람직한 방향을 놓고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최 의원 측은 6일 “토론회 이후 주식 양도세 과세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률안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전면 도입할지, 일정 소득 이상만 도입할지 등 세부 내용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주식 양도세가 전면 도입되면 개인투자자의 조세 부담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행법상 소액주주는 상장 주식을 팔고 얻은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세법상 ‘대주주’로 규정되는 투자자만 소득세를 낸다. 대신 ‘거래세’가 매겨져 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세금을 내야 한다. 대주주는 ‘지분율 1% 또는 시가총액 25억원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다.

주식 양도세를 도입하려는 배경에는 ‘조세 형평성’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는 주식 거래로 큰 이익을 본 사람과 손해를 본 사람 모두 똑같은 금액의 거래세를 내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김갑래 연구위원은 “거래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로 요약되는 조세 정의에 맞지 않는다”며 “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를 도입하면 주식시장 투기세력도 줄어들어 장기적으론 시장이 건전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은 모두 주식 투자에 거래세 대신 양도세를 적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느 때보다 주식 양도세 전면 도입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문재인정부는 대선 당시 선거캠프 내에서 주식 양도세 전면 도입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양도세 전면 도입에 대해 오랫동안 말만 무성했는데 이제 정책적인 결정을 내리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비슷한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범위를 2021년까지 ‘지분율 1% 또는 시가총액 3억원 이상 주식을 지닌 투자자’로 확대키로 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문재인정부가 조세 정의 실현을 주요 과제로 내세운 만큼 비정상적인 금융소득 과세제도가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다만 소액주주의 조세 저항과 세수 감소의 위험성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주식 양도세 전면 도입으로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