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엔터스포츠] 2992억, 판이 커졌다… ‘억’ 소리 나는 유럽축구 이적시장
입력 2017-09-08 05:00
2992억원. 중견기업의 매출액이 아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의 에이스였던 네이마르(25)가 지난달 3일(현지시간) 프랑스 리그앙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이적하며 세운 이적료 규모다. 평범한 직장인들은 유럽 축구 스타들의 몸값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네이마르가 역대 최고 이적료를 2억2200만 유로(약 2992억원)로 경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럽축구 최대 유망주 킬리안 음바페(19)는 1억6570만 파운드(약 2444억원)의 몸값을 자랑하며 AS 모나코(프랑스)를 떠나 네이마르의 소속팀 PGS에 입단했다. 다만 음바페는 1년 임대 후 2018년 완전히 이적한다. 음바페의 이적료는 네이마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이들 외에도 올여름 많은 선수들이 엄청난 이적료를 발생시키며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지난달 28일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떠나 바르셀로나에 합류한 오스만 뎀벨레(20)는 이적료 1억500만 유로(약 1415억원)를 받았다. 이는 전 세계 축구선수 이적료 공동 3위에 해당한다.
올여름 축구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많은 팬들은 어머어마한 이적료가 어떻게 조달되고 선수에게 배분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BBC는 최근 “2017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여름 이적시장의 총 지출액이 14억3000만 파운드(약 2조1089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11억6500만 파운드(약 1조7173억원)를 넘긴 기록이다”고 보도했다. 스포츠 비즈니스 그룹 ‘딜로이트’는 “EPL 구단들이 방송 중계권과 관중 증가 등으로 수입이 늘어 엄청난 이적료를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최근 대형 중계권 계약과 중동의 오일머니, 중국의 황사머니가 유럽축구로 흘러들어 이적료가 폭등했다”며 “잉글랜드 첼시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백업으로 뛰던 알바로 모라타를 영입하기 위해 이적료 6500만 유로(약 875억원)를 내놓은 것을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느냐. 이적료 폭등으로 유럽의 군소 구단들은 선수 영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몇 년 동안 이적시장의 과열 양상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획기적인 조치나 제도적인 보완이 나오지 않는다면 왜곡된 이적시장을 바로잡기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네이마르와 음바페 영입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출한 PSG는 결국 유럽축구연맹(UEFA)의 조사를 받게 됐다. AP통신 등 외신은 지난 1일 “UEFA가 PSG의 재정 상태에 대해 공식적인 조사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UEFA의 조사 핵심은 PSG가 재정 페어플레이 규정(FFP·financial fair play rules)을 위반했는지 여부다. UEFA는 2010년 각 구단이 벌어들인 돈 이상을 지출하지 못하도록 관련 규정을 만들었다. PSG의 연간 수입은 네이마르 영입을 위해 지불했던 이적료와 맞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최근 성명을 내고 “이적료가 유럽축구 경쟁력 균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이적료 흐름을 조사해야 한다”며 “치솟는 이적료로 인해 이적시장이 왜곡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이적료는 어떻게 책정되는 걸까. 기본적으로 선수의 나이, 포지션, 국가 대표팀 경력, 소속팀에서 받는 연봉, 영입을 원하는 구단이 제시하는 연봉 등을 근거로 제시된다. 물론 선수의 경기 출전 수와 득점, 도움 등 객관적 기량도 고려 대상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음바페는 아직 많은 것을 보여 주지 않았지만 미래가치를 인정받아 이번 이적 때 엄청난 몸값을 기록했다. 반면 36세인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경우 여전히 훌륭한 골잡이이지만 이적료 없이 지난여름 PSG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옮겼다. 구단은 계약기간 전체에 걸쳐 선수의 가치와 구단의 이익을 측정한다.
이적료를 책정하는 주체는 원소속 구단(A구단)과 영입을 원하는 구단(B구단)이다. B구단이 먼저 이적료를 제시하면 A구단은 가부(可否) 방식으로 회신한다. 양 구단이 이적료에 합의하면 A구단은 해당 선수에게 이적 사실을 통보한다. B구단과 선수 측이 연봉 등 협상을 마치면 A, B 구단은 행정 처리를 거쳐 이적을 마무리 짓는다.
원칙적으로는 이적료 협상이 완료되기 전엔 B구단과 해당 선수는 접촉할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론 양자의 사전 접촉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적 관련 협상이 대부분 에이전트를 거치기 때문이다. 구단과 해당 선수가 직접 만나지 않고 에이전트가 중간에서 협상을 진행하니 사전접촉이 발각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일부 축구 팬들은 해당 선수가 이적료의 일부를 챙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한 에이전트는 “이적료는 점포 권리금과 같은 것”이라며 “선수를 데려가려는 구단이 원소속 구단에게 지급하는 대가인 셈이어서 선수는 이적료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거래를 성사시킨 에이전트는 이적료의 3∼5%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권고 사항일 뿐이며 강제력은 없다.
글=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