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가운을 입은 사회복지사가 빠른 걸음으로 방과 방 사이를 이동하며 중증장애인을 돌봤다. 다른 복지사는 장애인을 번쩍 들어 휠체어에 앉게 한 뒤 이발 봉사를 하러 온 자원봉사자에게 데려다줬다. ‘기저귀 가는 중’이라고 적힌 방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사회복지의 날을 이틀 앞둔 5일 사회복지 현장 체험을 위해 경기도 광주의 중증장애인 요양시설 한사랑마을을 찾았다. 이곳의 첫 인상은 ‘분주함’이었다. 오전 10시쯤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사회복지 체험을 할 방을 배정받았다. 2층에 있는 ‘노아’ 방이다. 이 방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모두 6명. 사회복지사 김성은(29)씨가 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그는 기자에게 “방금 대변 기저귀를 갈아서 좀 냄새가 나죠?”라고 했다. 그리곤 익숙한 손놀림으로 빠르게 방을 정리했다.
거주 장애인들에게 오전 11시30분부터는 식사 시간이다. 이곳 장애인들은 대부분 혼자서 식사를 할 수 없다. 복지사가 죽처럼 만든 밥과 반찬을 한 명 한 명 직접 숟가락으로 떠먹여야 한다. 김씨는 “아이 한 명 밥 먹이기도 힘든데, 중증장애인 6명에게 밥 먹이다보면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고 말했다.
김씨는 장애인들의 식사가 끝나야 점심을 먹을 수 있다. 방을 비운 사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옆방 복지사와 교대로 밥을 먹는다. 식사 시간은 30분. 밥을 먹고 쉴 시간도 없이 돌아와야 한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김씨에게 여자 친구가 있느냐고 물었다. 없다고 했다. 그는 “근무시간도, 쉬는 날도 불규칙하다보니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사랑마을에서 일하는 복지사는 3조 2교대로 근무한다. 낮 근무조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밤 근무조는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근무한다. 이틀은 낮 근무, 이틀은 밤 근무를 하고 이틀 쉬는 식이다. 일주일에 52∼53시간 일한다.
근로기준법상 정해진 근로시간은 시간외근무를 포함해 최대 52시간이다. 다만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에 대한 예외 규정을 둬 사회복지사 등의 경우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복지사협회 등이 법 개정을 오랫동안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사랑마을 이광문 원장은 “4조 3교대를 하면 좋겠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되는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서 힘들다”고 말했다.
김씨는 밥 먹고 돌아오자마자 장애인들의 목욕을 준비했다. 차례대로 6명을 번쩍 들어 목욕실로 옮겨 씻기고 다시 들어 방으로 옮겼다. 그는 “남자라서 나는 그나마 괜찮은데 여자 복지사들은 허리디스크를 앓거나 몸이 안 좋아져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허리보호대를 차고 일하는 복지사도 많다.
목욕을 도운 뒤엔 빨래를 하고 간식을 먹인다. 아침부터 장애인들의 얼굴을 씻기고 밥을 먹이고 양치질을 돕고 방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고 장애인 몸을 씻기고 간식을 먹이고 다시 밥을 먹이고…. 그러다보면 하루가 지나간다.
방 입구 옆 책상 위엔 김씨의 휴대전화가 시계와 함께 놓여 있었다. 그는 “어차피 볼 시간이 없으니까 그냥 책상에 두거나 꺼둔다”고 했다. 기자가 체험한 5시간 동안 그는 거의 의자에 앉지 않았다. 감기에 걸린 장애인의 상태를 기록할 때 잠깐 앉았을 뿐이었다. 김씨는 “입이 아플 정도로 말해 왔지만 사회복지사 인력이 조금만 더 많으면 일할 여건이 훨씬 나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쉴 시간도 없이 장애인 수발… 인력 충원 아쉬워요”
입력 2017-09-07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