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 수장에 처음으로 민간 출신이 기용된다. 금융위원회는 6일 오후 최종구 금융위원장 주재로 정례회의를 열고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후임에 최흥식(65·사진) 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임명 제청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장 임명을 시작으로 한국거래소 등 금융공공기관과 국책은행 수장 자리도 속속 새 주인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최 내정자는 파리9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금융연구원장과 연세대 경영대 교수, 하나금융지주 사장 등을 지냈다. 최 내정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임명 절차를 거친 후 임기를 시작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인사로 금감원 조직 개혁 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최 내정자가 외환위기 직후 금융감독위원회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금감위 상근 자문위원을 맡는 등 조직·기능 개편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감독기구로서 금감원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인사라는 지적도 제기한다. 최 내정자가 금융권 특정고 인맥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데다 과거 몸담았던 하나금융지주 역시 ‘최순실 모녀 특혜대출’로 곤혹을 치렀기 때문이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성명서에서 “(최 내정자 임명은) 감독기구의 독립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라면서 “금감원장이 금융위 관료의 허수아비로 전락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금감원장에 이어 공석인 거래소 이사장 자리도 이달 안에 주인을 찾을 전망이다. 지난 4일 마감된 이사장 공모에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지원했으며,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미 정부 내부에서 (김 전 원장으로) 조율을 마친 듯하다”면서 “정부가 앞서 보은인사가 없을 것이라고 천명해 거래소 내부인사 취임 기대도 있었지만 관료 출신인 김 전 원장이 지원하면서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새 이사장은 오는 28∼29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결정이 난다.
인사 태풍 영향은 국책은행과 금융공공기관에도 미칠 전망이다. 먼저 차기 산업은행 회장으로 이동걸 동국대 초빙교수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교수는 노무현정부 시절 금감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학계에서는 대표적인 개혁론자로 꼽힌다.
지난 7월 최종구 금융위원장 임명으로 비어 있는 수출입은행장 자리도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실 근무 경험이 있는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 3월부터 리더십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SGI서울보증보험, 정부와 수협중앙회의 이견으로 인사 파행을 겪은 수협은행 인사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각 금융협회 수장 인사도 진행된다. 손해보험협회는 5일 이사회를 열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회장 추천 준비를 시작했다. 장남식 회장 연임 가능성과 함께 강영구 메리츠화재 사장, 나명현 전 현대해상 상근감사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오는 11월 30일에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12월 8일에는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의 임기가 끝난다. 때문에 이들 단체 역시 이르면 다음 달쯤 회추위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조효석 홍석호 기자 promene@kmib.co.kr
첫 민간 출신 금감원장 후보 최흥식, 조직개편 고삐 죄나
입력 2017-09-06 19:56 수정 2017-09-06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