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홍상수(57·사진)씨가 “아내와 헤어지고 싶다”며 제기한 이혼소송이 9개월째 첫 재판도 열리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홍 감독의 아내 A씨 측이 법원이 보낸 소송서류를 아예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지난해 11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조정 신청을 했다. 그러나 법원이 A씨 측에 보낸 조정 안내서가 전달되지 않아 결국 정식 이혼소송 절차를 밟게 됐다.
법원은 재판을 열기 위해 지난 1월부터 6월 말까지 7차례 A씨에게 이혼 소장(訴狀)을 보냈다. 그러나 매번 A씨가 집에 없거나 연락이 안 돼 송달에 실패했다. 법원은 A씨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주소지 변경 여부는 물론 이민 신청, 금융거래정보까지 조사했지만 소용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 민사 재판과 마찬가지로 이혼소송도 일단 상대방에게 ‘소송이 제기됐다’는 서류가 전달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법원 서류가 번번이 반송되던 시기에도 A씨는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3월 한 방송사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A씨는 “남편이 다시 돌아올 것 같아 이대로 결혼생활을 끝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홍 감독 측 법률대리인은 지난달 16일 공시송달을 신청했다. 공시송달은 법원게시판에 소장을 게시하고 2주가 지나면 송달이 된 것으로 간주해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다. 이렇게 진행되는 재판에선 배우 김민희씨와의 열애 사실을 공개했던 홍 감독 측 주장만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서류 송달 불능’으로 이혼소송이 지연되는 사례는 드물다고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주로 외국인 배우자가 결혼 후 가출해 행방불명되거나, 국내 체류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끌 때나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민법은 원칙적으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 배우자도 혼인을 지속할 의사가 없는데 보복이나 오기로 이혼을 거부하거나 유책배우자가 충실히 가정을 부양했을 때 등 일부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이혼 청구를 인정한다.
A씨처럼 장기간 송달을 거부하면 이혼소송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소송을 지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송달을 거부하는 건 좋지 않은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우자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음이 확실하고 상대 배우자가 가정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하면 이혼이 불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재판에 응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홍상수 아내, 이혼소장 7차례 송달 거부… 9개월 겉돈 재판
입력 2017-09-06 18:57 수정 2017-09-06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