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한국판 ‘로저 밀러’ 될 수 있을까

입력 2017-09-07 05:00
‘신태용호’의 맏형 이동국이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뉴시스
로저 밀러
“우리도 로저 밀러와 같은 선수를 월드컵에서 볼수 있을까.”

한국 축구가 우여곡절 끝에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골 결정력 미흡 등 단점을 고치지 못하며 어부지리로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하지만 5일(현지시간)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이동국(38·전북 현대), 염기훈(34·수원 삼성) 등 K리그 노장들이 보여준 활약은 고무적이었다.

특히 팀내 최고령인 이동국은 K리그 선수들 중에서도 단연 주목받는 선수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후반 33분 교체 투입돼 불과 10여분 뛰었지만 3개의 슈팅을 날렸고 이중 2개는 유효슈팅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스트라이커 본능을 뽐내며 건재함을 과시한 것이다. 풀타임 소화는 어렵겠지만 여전히 후반 조커로서는 상당히 유효한 카드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경기 후 이동국은 러시아월드컵 본선 무대에 관한 질문에 “내게 내년은 아직 먼 시간”이라며 “먼저 소속팀에서 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월드컵에 진출할 경우 “단 한 번의 기회를 골로 연결할 수 있도록 결정력을 보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노장 이동국의 활약은 해외에서도 화제다. 영국 BBC는 이날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직행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요 선수로 이동국을 꼽았다. BBC는 “내년 러시아월드컵이 열릴 때 39세가 되는 이동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 19년간 A매치 105경기에 나섰다”고 소개했다.

이동국이 러시아월드컵에서 뛴다면 ‘한국판 로저 밀러’로 각광 받을 전망이다. 밀러는 38세의 나이에 카메룬 대표로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 나섰으며 교체출전만으로 4골이나 터뜨려 당시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4년 후 불혹이 지난 나이임에도 1994 미국월드컵에서 골을 터뜨리는 등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는 아직까지 월드컵 최고령 득점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동국이 지금의 기량을 유지한 채 내년 월드컵까지 태극마크를 단다면 한국 최고참의 골 장면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후반 18분 교체 출전해 경기 흐름을 가져온 염기훈의 왼발도 빛났다. 염기훈은 빠른 발을 앞세운 측면 돌파와 정확한 패스로 여러 차례 공격 기회를 창출했다. 염기훈의 발에서 시작된 공격은 우즈베키스탄의 골문을 위협하는 슈팅으로 연결됐다. 특히 소속팀 후배인 김민우와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로 대표팀 신구조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