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재배치와 함께 야권에서 거론하는 북핵 대응 방안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다. 찬반 양론이 있는 전술핵과 달리 자체 핵 개발은 이익보다 손해가 압도적으로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한 데다 북한과 똑같은 수준의 ‘불량국가’라는 낙인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한국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핵폭탄 제조는 이미 70년이 넘은 오래된 기술이다. 핵폭탄 원료는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6일 “한국은 마음만 먹으면 3∼6개월 안에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며 “일본은 짧게는 사흘, 대만도 9∼12개월 안에 만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국이 핵 개발을 할 수 없는 이유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이기 때문이다. NPT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만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 5개국을 제외한 다른 회원국은 핵무기 개발이 금지되는 대신 원전 등 ‘핵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인정받는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각종 제재를 받는 이유도 NPT 회원국이었기 때문이다. 1985년 구소련의 권유로 NPT에 가입한 북한은 1990년대 초 미국이 핵개 발 의혹을 제기하자 1993년 NPT 탈퇴를 선언했다. 북한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로 탈퇴를 철회했지만 2003년 다시 한 번 탈퇴 선언을 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일방적 주장으로 치부하며 북한을 여전히 NPT 회원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국이 NPT 탈퇴를 선언하면 북한에 이은 두 번째 사례가 된다. NPT는 ‘비상사태로 자국의 최고 이익이 위태로울 경우’ 탈퇴를 인정하지만 북핵 위협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면 국제사회는 당연히 제재에 나선다”며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묵인해주지 않는 이상 미국도 제재에 동참할 것이다. 이러면 한·미동맹도 위태로워진다”고 말했다.
한국의 핵무장 움직임은 원전 시설에 설치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카메라에 즉각 감지된다. 시도와 동시에 국제사회의 압박이 들어오는 셈이다. 폐쇄경제 체제인 북한과 달리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경제제재를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특히 한국은 미국산 핵연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이 파기되면 원전 연료는 물론 X레이나 CT 촬영에 쓰이는 의료용 핵물질까지 모두 공급이 끊긴다.
국내 여론도 문제다. 막대한 경제적 손실은 핵무장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높일 수밖에 없다. 핵폭탄 원료 생산을 위한 재처리 시설은 원전과 방사성폐기물 처리장보다 더한 혐오시설이다. 한국의 핵무장은 시작하자마자 지역주민 반발로 좌초할 공산이 크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韓 독자 핵무장 불가능한 이유… NPT 탈퇴=경제제재·동맹균열
입력 2017-09-0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