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며 북핵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양국 정상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회담한 뒤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용납할 수 없는 잘못된 길이며 한반도 긴장 완화가 시급하다는 데 공감을 표시했다. 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4일 전화 통화한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해법에 있어선 상당한 시각차를 여실히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사태는 제재와 압력만으론 안 된다”고 했다. “감정에 휩싸여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면 안 되고, 냉정하게 긴장 고조 조치를 피해야 한다”고도 했다. 기존의 대화 우선론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 대북 원유공급 중단과 북한 노동자 수입 금지 등 초강경 제재를 주문한 문 대통령의 요구를 사실상 거절한 것이다.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 결의안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러 정상 간의 북핵 해법 이견은 예견됐다. 푸틴 대통령의 숙원 사업은 극동지역 개발이다. 그러기에 인접한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북 영향력 확대가 필요한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북한과의 교역량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원유 공급중단과 북한 노동자 수입 금지는 고려 대상이 아닌 것이다. 최근 유엔 안보리에서 북핵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북한 6차 핵실험 제재 국면에서 러시아의 역할은 중국 못지않게 중요하다. 세계 평화에 책임이 있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한국은 물론 일본과 대만 등 주변국들이 앞다퉈 핵 무장에 나서는 핵 도미노 현상이 동북아에서 벌어질 수 있다. 러시아가 원하는 동북아 평화 구상에도 배치된다. 북한의 폭주를 이대로 방치하면 부메랑이 되어 언젠가 러시아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 푸틴 대통령도 이제는 대화론에 얽매인 대북 전략을 수정하고 국제 사회의 제재 흐름에 동참할 시점이다. 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멈칫거린다면 더 큰 화를 부르게 될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정부는 정상 외교를 통해 대화 통로는 확보한 만큼 집요하리만치 러시아 설득에 외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적어도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방해자가 되지 않도록 정교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극동지역 개발과 한·러 경협 등을 지렛대로 북한과 러시아의 고리를 약화시킬 필요도 있다. 북·러 관계는 상대적으로 혈맹인 북·중 관계보다 약한 고리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물론 한·미·일 3국 안보협력 체제를 군사동맹에 버금가도록 발전시키는 것은 기본 전제다.
[사설] 한·러 정상회담에서 초강경 대북 제재 반대한 푸틴
입력 2017-09-06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