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미묘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재배치 계획이 없다”고 연일 선을 긋고 있지만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과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배치도 고려할 옵션 중 하나”라는 의견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군이 국내외적인 반발과 저항을 고려해 일종의 ‘군불때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6일 최근 송 장관의 전술핵 재반입 발언과 관련,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안보지형의 판이 바뀌었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며 “전술핵을 포함해 과거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방안까지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송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과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핵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술핵 재배치를 고려할 시점이라는 주장이 적지 않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가장 바람직한 것은 한국의 핵무장이지만 이미 늦었다”며 “미국 전술핵을 들여와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핵무기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핵무기밖에 없다”며 “북한은 올해 말 핵무기를 실전배치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에게는 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도 “남북한 간 핵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술핵 재반입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 개발로 한반도 군사력 균형이 기울어지고 있으며, 미 전술핵 재배치는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을 회복시키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지면 철수한다는 조건으로 재반입하는 방안도 있다.
물론 전술핵 재배치가 현실을 무시한 이상론에 불과하다는 반대론도 크다. 전술핵 재배치의 전제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포기해야 하고, 이는 북한의 핵 개발 명분만 제공하는 꼴이 된다는 지적이다. 일본 미군기지와 태평양상 괌 기지에서 핵무기를 장착한 전략무기들이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되는 데 몇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굳이 한반도에 재배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남북한 모두 핵을 갖게 되면 우발적 충돌이 핵전쟁으로 비화될 위험성이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미국의 전술핵은 미 본토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에 배치돼 있어 한국에 추가로 전개할 여력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독일 이탈리아 등에 200여기의 전술핵을 배치한 상태다. 유럽에서 핵전쟁 발발 개연성이 낮아졌기 때문에 유럽 배치 전술핵을 한반도에 전환 배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북핵 위협을 한국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일본도 전술핵 반입을 요구할 경우 동아시아에서 핵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특히 대만의 핵무장을 우려하는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할 게 분명하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전술핵’ 군불때는 軍… “안보지형 판 바뀌었다” 판단
입력 2017-09-0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