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공정위의 헛된 외침 ‘갑질 없애기’

입력 2017-09-07 05:02

‘갑질 철폐’를 외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작 내부에서 벌어지는 갑질은 뿌리 뽑지 못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공정위지부는 6일 과장급 이상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직위를 이용한 고위간부의 다양한 갑질 사례가 포함됐다. A국장은 여직원에게 젊은 여성 사무관이 끼는 술자리를 만들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렇게 매주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를 만들어야 했던 여직원은 동료들에게 함께 나가 달라고 사정할 수밖에 없었다.

부하직원을 개인 업무에 투입하거나 예산을 사적 용도로 쓰는 경우도 있었다. B과장은 지방 사무소장으로 있을 때 직원들에게 자신의 관사를 청소하라고 시켰다. 사무소에 할당된 예산으로 관사물품을 구매하는가 하면 관용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C과장은 퇴근버스 예약과 여행 시 가족이 머물 숙소 예약 등을 수시로 지시했다. 사무실 냉장고에 ‘쭈쭈바’ 아이스크림을 사놓지 않으면 짜증을 내기도 했다.

사소한 갑질, 진상 상사도 있었다. ‘혼밥’(혼자 밥먹기)이 싫어 부하직원에게 돌아가며 자신과 밥 먹을 것을 강요하는가 하면 휴가나 정시 퇴근하는 직원을 못마땅해 하는 식이다.

공정위 노조는 “내부의 갑질 문제도 제대로 해결 못하면서 직원들에게 시장의 갑질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신속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신영호 대변인과 선중규 과장은 자질을 겸비한 국·과장으로 뽑혔다. 신 대변인은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결단력, 탈권위적이고 민주적인 리더십으로 많은 표를 받았다. 청와대에 파견근무 중인 선 과장은 소통, 배려, 부드러운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