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보다 갤러리 홍보 우선?…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빈축

입력 2017-09-07 05:00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인 코디 최의 작품 밑에 붙은 명제표. 전속 갤러리(Courtesy of the Artist and PKM Gallery) 표시가 작품 설명보다 커 생뚱맞다.
미국관 참여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품 명제표. 전속 갤러리 표시가 작게 돼 있다.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리고 있는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의 한국관 전시가 미숙한 전시 행정 탓에 국제적인 빈축을 사고 있다. 작품을 설명하는 명제표에 작가보다 전속 갤러리가 더 크게 ‘홍보’되는 우스꽝스런 모양새가 연출돼서다.

지난달 29일 찾은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이 모여 있는 이곳의 한국관은 참여 작가인 코디 최(56)가 도박 도시 라스베이거스처럼 꾸민 외관(작품 명 ‘베니치아 랩소디’)덕에 관람객의 ‘셀카 스팟’이 된 듯했다. 내부에는 한국관 예술감독 이대형(43·현대차 아트 디렉터)씨가 선정한 코디 최와 이완(38) 작가의 작품들이 ‘카운터 밸런스’(균형을 맞춰주는 저울추를 뜻함)라는 주제 아래 전시 중이었다.

그런데 작품보다 더 관객의 입방아에 오른 것은 코디 최의 작품마다 생뚱맞게 붙어 있는 명제표다. 작가 이름, 작품 이름, 제작 연도, 작품 재료 등을 적는 일종의 작품 이름표인데, 그 아래에 작가의 전속 갤러리인 PKM갤러리의 이름이 더 큰 크기로 적혀 있어서다. ‘PKM 갤러리 제공(Courtesy of the Artist and PKM Gallery)’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소속 화랑을 밝혀주기 위해 관행적으로 붙기도 한다. 하지만 화랑 이름이 작가 이름보다 더 큰 경우는 전시의 ABC에 어긋난다. 실제 다른 참여 작가인 이완의 작품 밑에는 소속 갤러리 이름인 313프로젝트를 밝히지 않아 두 작가가 밸런스도 맞지 않다.

한국관 가이드인 현지인 R씨는 “개막 당시엔 없었는데, 무슨 일인지 한 달여 지나서 갤러리 이름이 붙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크다면) 이건 일종의 광고다. 비엔날레 같은 비상업적 행사에선 좀 이상하다. 관객 중에서도 왜 그러냐며 물어와 설명하기가 난감했다”고 말했다.

이런 비상식적인 행위는 전체 국가관 가운데 한국관이 유일했다. 미술계의 상업성이 강한 미국관을 보더라도 명제표에 미국관 참여 작가인 마크 브래드포드의 전속 화랑인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를 아주 작은 글씨로 밝혔을 뿐이었다.

PKM갤러리 박경미 대표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속 갤러리를 밝히지 않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개막 때 그게 표시 안 돼 이 감독 측에 요청했다”면서 “나중에 현지에서 실크스크린이 아닌 시트 방식으로 붙이다보니 글씨 크기가 커졌다고 알려와 정보가 없는 것보다 나으니 그냥 사용하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이 감독은 “행정적인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갤러리 측은 현지에서 14일쯤 정정해 교체할 것이라고 전해왔다.

베니스=글·사진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