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역대 최대 규모의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국제사회는 일제히 북한 핵실험에 대해 단호히 그리고 강력히 반대한다고 한목소리로 규탄하며 최강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1차 핵실험 때처럼 1주일 만에 신속히 표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6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위협이 이전과 다른 차원으로 변곡점을 그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6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위협이 어떤 차원으로 달라졌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위협의 차원이 달라졌다면 대응도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이전과 동일한 패턴 속에서 대응의 수위를 조금씩 높이며 ‘역대 최강’을 운운하는 것은 경험적으로 볼 때 북한의 폭주를 막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은 이에 내성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첫째, 북한은 6차 핵실험으로 50∼200㏏ 규모의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 14형’에 탑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성 12형을 비롯해 북극성 미사일 시리즈에도 탑재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2013년부터 소형화, 경량화, 표준화를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폭발력 규모를 10㏏ 이하로 낮춘 전술 핵무기나 EMP 탄의 능력도 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ICBM을 강조하며 미국과의 대결 구도로 상황을 조성해가고 있는 듯하나, 그 기저에는 이미 한국과 일본에 대한 공격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깔고 있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정치적, 외교적 간섭에도 충분히 맞설 만큼 군사 위협을 보유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둘째, 북한은 6차 핵실험이 핵무력 완성의 완결 단계에 이르는 주요 계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핵무력 완성 시점이 멀지 않은만큼 향후 전략도발을 단기간 내로 집중하고, 이후 완결 목표를 이뤘다고 선언함과 동시에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개연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전략은 중국이 말하는 ‘쌍중단’을 충족시키는 한편 핵 동결 입구론을 충족시켜주는 착시현상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추가 실험의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에 실험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로, 핵 폐기를 향한 프로그램 중단의 첫 수순이 아니다.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목표를 모두 충족시킨 이후 생산 단계에서 협상의 장으로 나오고자 할 것이다. 중국의 쌍중단이나 쌍궤론의 의미가 퇴색한 이후 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6차 핵실험으로 북한은 마치 스스로 ‘게임 체인저’가 된 듯 착각에 빠져 있고, 국제사회는 ‘게임 체인저’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허상이 진짜일 수 있다는 과도한 우려를 하고 있다. 게임 체인저란 능력과 의지 면에서 상대방보다 우위에 설 때 상황을 주도할 수 있다. 능력 면에서는 북한과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북한은 절대 우위에 설 수 없다.
그러나 북한 대 다자의 구도 하에서 위협을 인식하는 국가들의 차이에 따라 대응 의지의 강도에는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이 점이 바로 북한이 오판을 계속하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이러한 셈법이 구현되지 않도록 대북 전략을 보다 간결하고 명료화시켜야 한다. 북한의 도발 중단과 핵 폐기를 위해서는 3가지 기조로 정책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첫째는 북한이 갖고 있는 핵무기와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이 무용지물이 되도록 한·미동맹을 비롯해 주변국과 철저한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과 물질 등이 북한 땅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감시·통제체계를 구축한다. 마지막으로 김정은이 위협과 도발을 단행하는 데 사용되지 못하도록 자금줄을 더욱 옥죄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창문을 두드리기 전까지는 대화의 창을 닫아야 한다.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추이를 보면 북한은 자신들이 다급해지면 대화의 창을 두들겼지 대화의 창이 열린 상태에서는 두드리지 않았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시사풍향계-이호령] 北 요구 때까지 대화의 창 닫아야
입력 2017-09-06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