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재활복지의 뉴패러다임을 찾아서] 장애인들에게 대학 문호개방 확대해야

입력 2017-09-07 00:01
지난해 8월 서울 구로구 서울한영대학교에서 열린 재활복지 특성화 대학 선포식. 서울한영대는 재활복지학과 등 4개의 관련 학과 개설을 통해 장애인 고등교육의 새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한영대 제공
중복 장애를 가졌던 헬렌 켈러(왼쪽)와 이를 지도한 교사 설리번. 장애인 입학에 소극적이던 국내 대학들도 장애인에게 문을 열고 이들의 고등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야 한다.
이번 시리즈는 장애 학생들의 고등교육(대학과정) 현황을 점검하고 살펴본다. 1995년 우리나라는 특수교육 대상자 특례입학 제도를 만들었다. 대학 입시에 제한을 받았던 장애 학생들의 대학 입학이 보다 쉽고 자유롭게 열리게 됐다.

그 결과 2017년 현재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대학과 전문대학에서 고등교육을 받는 장애인 학생 수가 9300여명에 달한다. 이 수치는 200만 대학생에 비하면 2%에 못 미친다. 같은 비율로 계산할 순 없지만 장애인이 전체 인구의 5%인 상황에서 국내 장애인은 고등교육에서 상당 부분 배제돼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9300여명 가운데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 등 발달장애가 1930명으로 20%를 상회한다.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뇌병변 장애 포함)이 장애학생 고등교육의 주 대상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젠 발달장애인이 주 대상자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등 대부분 대학이 발달장애인을 입학사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반면 지방대를 중심으로 발달장애 학생들이 대거 입학하고 있다.

2007년 국내 최초로 발달장애인 고등교육 기관으로 문을 연 나사렛대학교는 재활자립학과로 시작됐다. 그 산파 역할을 한 김종인 교수(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장)는 “발달장애인은 사회성 향상과 통합 사회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고등교육의 필요성이 더 크다”며 “대학의 본질적 가치가 진리 탐구와 인격 도야에 있는 만큼 발달장애인 고등교육 프로그램을 폭넓게 개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프로그램(PACE)을 벤치마킹한 대구대학교의 K-PACE 프로그램은 발달장애인 평생교육과 직업을 연결하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평생교육 차원에서 운영하는 호산나대학도 발달장애인 고등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방대학에도 발달장애인이 입학하고 있지만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나 인적·물적 자원이 턱없이 부족해 장애학생 부모들 사이에 효율적으로 운영 되지 않는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지금까지 개발되지 않은 장애 영역에도 새로운 고등교육 실천모형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시청각 중복 장애인의 고등교육 프로그램이 보다 적극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서원선 연구위원은 “한국에도 헬렌 켈러와 같은 유형의 중복 장애인이 많은데 이들에게 맞는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시청각 중복 장애인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선 촉점자와 촉수화 등 언어개발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는 정신장애 영역에 중독 장애인도 포함시켜 이들에 대한 고등교육 프로그램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한국도 이를 적극 따라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은 발달장애인의 고등교육 프로그램을 대학 부설 평생교육센터에서 개발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서울한영대의 경우 지난해부터 재활복지 특성화 대학을 주창하며 재활복지학과를 비롯해 재활상담심리학과, 유아특수재활학과, 사회복지학과 등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도권 장애 학생들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시도다.

서울한영대 이준호 총장 직무대행은 “서울 지역에는 사실상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시청각 중복 장애인, 중독 장애인에 대한 고등교육이 전혀 없다”며 “아직 고등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발달장애인을 비롯해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을 위한 고등교육과 재활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서울한영대에서 적극 창출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장애인 고등교육의 확대가 시대적 변화와 함께 점점 다양화돼야 한다는 요구가 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이유를 내세워 장애인 입학에 소극적이던 국내 대학들이 문호를 개방하고 정부 차원의 프로그램 개발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