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지금은 北과 대화할 때 아니다”

입력 2017-09-06 05:02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F-35 스텔스 전투기, 해상 미사일방어체계 SM-3 미사일,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문재인 대통령이 5일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나는 어떤 종류의 대화도 피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적절한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북 대화 기조를 뒤로하고 국방력 강화를 통한 ‘힘의 균형’ 구축에 착수했다.

문 대통령은 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막하는 동방경제포럼 참석에 앞서 이뤄진 러시아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이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며 “우리는 제재와 압박 강화, 높은 수준으로의 전투태세 강화 등을 통해 가장 단호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어 “북한은 추가적 도발을 중단해야 한다. 북한이 그렇게 하도록 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북한에 강력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동방경제포럼 기간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연쇄 정상회담을 갖는다. 김영재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대표단도 동방경제포럼에 참가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논의됐던 무기 도입을 위한 실무협상 개시에 사실상 합의했다.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도 해제키로 합의해 북한 지휘부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 능력도 확보하게 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통한 압박 외에도 독자적인 방위능력 및 군사작전 역량을 확보해 북핵 억지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군 3축 체계(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체계) 조기 구축 등 국방력 강화가 긴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한국에 필요한 첨단무기 또는 기술 도입을 지원하는 데 대한 관련 협의를 진행해나간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십억 달러(many billions of dollars) 규모의 미국산 무기와 장비를 구입하는 것을 개념적으로 승인(conceptual approval)했다”고 밝혔다.

미국산 첨단무기와 기술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실무 협상이 조만간 개시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 정상은 양자 및 3자 정상회담, 네 번의 통화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방편으로 한국군의 독자적 방어능력 향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말해왔다”며 “그동안 논의했던 많은 부분들에 대해 실무적 협상을 시작하라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언급했던 미국 전투기 및 핵추진잠수함 도입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산 무기 도입 문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에 이은 미국의 압박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한국군의 전력 강화가 결국 값비싼 미국산 무기 구입으로 이어지고, 국방비 증가 및 동아시아 지역의 군비 경쟁을 가속화시킬 우려도 있다.

강준구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