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국가 미얀마의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유혈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미얀마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양희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미얀마 정부군과 이슬람 반군 간 유혈충돌이 일어난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의 상황은 “정말로 심각하다”며 “수치가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키스탄 여성 교육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도 수치에게 행동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나는 (로힝야족을 향한) 비극적이고 부끄러운 사회적 대우를 여러 차례 비판해 왔다”며 “노벨평화상 수상 동료인 수치가 같은 행동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제앰네스티의 한 관계자는 “아웅산 수치는 이번 문제에 대해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책임자라고 할 수 있다”며 “하지만 그는 이 둘 모두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달 25일 로힝야 무장세력의 미얀마 경찰초소 습격사건 이후 정부군 보복을 피해 지금까지 약 12만3000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1차 유혈충돌 발생 당시 7만5000명을 넘어선 수치다.
유엔과 인권단체들은 미얀마군이 무장세력을 토벌하면서 민간인을 학살하며 ‘인종청소’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2014년부터 지중해에서 난민구조 활동을 해 온 민간지원단체 난민해상지원소(MOAS)는 난민구조선 ‘피닉스’(사진)를 미얀마 해역으로 보내 로힝야족을 구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미얀마를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로힝야족 유혈사태에 대해 수치 국가자문역과 어떤 대화를 나눌지 관심이 모아진다. 모디 총리는 그동안 로힝야족 사태에 방관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미얀마 혼란 사태가 최근 인도가 주도해 건설 중인 인도-미얀마-태국을 잇는 3개국 고속도로 프로젝트의 진행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제기된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로힝야족 사태, 수치가 나서라”… 거세지는 비난 목소리
입력 2017-09-05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