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5일 오전 10시 본회의를 열고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청취하려 했으나 개의도 못한 채 2분 만에 파행했다. 한국당은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이유로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며 장외투쟁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발목만 잡겠다는 것”이라며 야당 비판에 몰두했다.
한국당 의원 80여명은 오후 버스에 나눠 타고 청와대를 방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로부터) 정무수석을 만나고 가는 게 어떠냐는 언질을 받았다”며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제1야당 의원들이 찾아왔는데도 (대통령) 면담은커녕 비서실장도 면담을 거부했다. 소통이 아닌 그동안 보여준 ‘쇼(show)통’”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한국당 의원들은 오전엔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을 항의 방문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김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할 때 청와대 지시가 있었느냐’는 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검찰이 체포영장 발부 날짜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답했다. 또 “저희가 와 달라고 다섯 번씩 말했을 때 조사받았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한국당을 성토했다. 추미애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김장겸 사장의 노동부 자진 출석을 거론하며 “한국당의 보이콧 자체가 원인무효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대표는 또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2008년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해 체포영장 발부를 언급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맹비난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보수정당으로 제대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나오면 보수정당, 안보정당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국회 국방위원회 등 안보 관련 상임위를 제외한 정기국회 보이콧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6∼7일로 예정된 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기간에는 장외투쟁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당 내에서는 김 사장이 노동부 조사를 받은 만큼 보이콧을 조기에 접어야 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한국당 이틀째 ‘국회 보이콧’
입력 2017-09-0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