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문명사적 전환을 가지고 온 사건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5일 오전 서울 성동구 중랑물재생센터 부지에서 열린 ‘서울새활용플라자’ 개관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활용(upcycling)’은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해 완전히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재활용(recycling)’ 중심으로 돌아가던 서울시 쓰레기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이날 문을 연 새활용플라자는 유리와 고철, 의류 등 180여개의 소재를 새활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든다. 지하2층 지상5층 연면적 1만6530㎡에 이르는 건물로 재료 수거부터 가공, 제작, 판매까지 새활용 산업의 전 과정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세계 최초의 복합공간이기도 하다.
새활용플라자의 핵심은 소재를 공급하고 가공하는 시설이다. 새활용플라자 지하 1층에는 ‘재사용 작업장’이 있다. 아름다운가게가 연 6만t 분량의 소재를 분류하고 가공해 입주업체나 개인에게 판매하는 곳이다. 재판매가 가능한 물품을 골라내 소재로 가공한 경우만 새활용에 사용한다.
지하 1층에 있는 ‘소재은행’은 헌책이나 자전거 등 새활용 제품에 주로 사용되는 21개 소재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원을 수거하고 제공하는 재활용 업체가 이미 3000여개나 되고 4조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소재은행은 소재를 직접 판매하지 않고 제조업체와 재활용 업체를 연결만 해준다”고 말했다.
입주기업은 이렇게 확보한 소재를 활용해 제품을 제작, 판매한다. 폐자전거 부품으로 조명 등 인테리어 제품을 만드는 ‘리브리스’, 우산원단으로 손지갑을 만드는 ‘큐클리프’, 폐자동차 가죽으로 패션제품을 만드는 ‘모어댄’ 등 32개 새활용 업체가 입주했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새활용 방식의 제본·제책 업체인 ‘렉또베르쏘’의 조효은 대표는 “시민들이 아직 새활용에 대해 잘 모른다”며 “좋은 제품도 만들어야 하지만 새활용 교육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재 공급 과정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새활용 제품은 규격화된 소재가 없어서 재료를 직접 구해야 한다”면서 “소재은행이 제작업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으면 재료 조달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시는 서울새활용플라자와 ‘서울하수도과학관’, 2021년 새롭게 선보일 ‘장한평 중고차매매시장’을 연계해 중랑물재생센터 일대를 국내 최대의 새활용·자원순환 에코타운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폐자원에 디자인 더해… ‘새활용’시대 연다
입력 2017-09-06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