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방력 강화를 통해 한반도에서 ‘한국형 공포의 균형’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미국산 무기들이 조만간 대거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군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이른바 3축 체계(킬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대량응징보복) 구축을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미 수소탄 개발 단계에 돌입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키 위해 미국산 무기 역시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는 의미다.
군 관계자는 5일 “2020년대 초반에 완성할 계획이었던 3축 체계 구축을 앞당겨야 할 안보적 요인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탄도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해제를 대가로 미국산 무기를 대거 도입하기로 했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군이 고려하는 전력 강화 방안은 스텔스 성능을 지닌 F-35A 전투기 추가 도입이다. F-35A는 내년부터 미국 록히드마틴사로부터 순차적으로 40대가 도입돼 공군에 배치될 예정이다. 당초 F-35A 60대가 도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산 압박으로 군은 2014년 40대만 우선 도입하고 나머지 20대 도입은 추후 결정키로 했다. 스텔스 전투기 F-35A 추가 도입은 북한 방공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고 은밀히 침투할 수 있는 전력이 증강된다는 의미로, 킬체인 전력 강화로 볼 수 있다. 현재 F-35A의 가격은 대당 1270억원으로 2014년보다 200억원 내려갔다. 20대 확보에는 약 2조원이 필요하다.
추가 배치 문제로 논란 중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도입도 전력 증강 후보군 중 하나다. 6개 발사대 48기의 요격미사일을 갖춘 사드는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에 유용한 방어체계다. 군사 전문가들은 “전방 200㎞와 후방 100㎞ 정도를 방어할 수 있는 사드가 2∼3개 확보되면 북한 미사일 공격에 대응해 남한 주요 시설의 상당 부분을 보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드와 유사한 요격미사일인 우리 군의 ‘철매 II’ 개량형이 일부 실전배치됐지만 사드가 추가 배치되면 북한 미사일을 중첩 방어할 수 있어 유리하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극렬히 반대하고 있는 중국도 한국군이 도입해 운용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드 구입 비용은 포대당 1조∼2조5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해상방어체계인 SM-3 미사일 도입도 가능한 방안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신속하게 궤적을 포착하는 해군의 이지스함은 뛰어난 성능의 SPY-1D(V) 레이더를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날아오는 미사일을 방어할 체계는 갖추지 못했다. 때문에 ‘눈’은 있지만 ‘펀치력’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SM-3 미사일은 최대 요격고도가 70∼500㎞로 해상에서 남쪽으로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바다 위 이지스함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SM-3 한 발 가격은 150억원가량으로 상당히 비싼 게 단점이다. 이지스함 1척에 20발씩 총 3척에 60발의 SM-3를 도입할 경우 SM-3 장착을 위한 이지스함 개조비용 8000여억원을 포함, 약 2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이 추진하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실전배치 시점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대안으로 SM-3가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3축 체계 조기 구축을 위해 내년 국방예산을 대폭 늘린 상황이어서 무기 추가 도입을 위한 예산 확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빨라진 ‘북핵 시계’에… 급해진 국방력 강화
입력 2017-09-0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