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차기 총리를 의미하는 ‘포스트 아베’ 주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후보군 중 선두에 있는 기시다 후미오(60) 자민당 정조회장과 이시바 시게루(60) 전 자민당 간사장(사무총장)이 최근 나란히 자신들의 파벌 수련회를 연 것을 두고 5일 마이니치신문은 내년 9월 당 총재 선거를 겨냥한 행보로 분석했다.
동갑내기인 기시다 정조회장과 이시바 전 간사장은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기시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친하지만 이시바는 아베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온건파’ 기시다는 당내에 적이 없고 기반이 탄탄하지만 대중적 지명도가 낮다. 반면 ‘독불장군’ 이시바는 인지도가 높되 당내 적이 많고 세력이 취약하다.
기시다는 4일 기시다파(의원 46명 소속) 수련회를 열고 “당이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아베 정권을 확실하게 지탱하고 다음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를 떠받치면서 선양(자리를 물려줌)을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개각 때 기시다와 아베 총리 사이에 차기 대권 관련 밀약이 이뤄졌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문제는 밀약에서 언급된 시기다. 아베 총리가 내년에 총재 3선을 포기하고 킹메이커로 물러날 것인지, 아니면 3선에 도전하고 4년 후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를 밀어줄 것인지 확실치 않다.
2012년 말 아베 2차 내각 출범 때부터 4년8개월간 외무상을 지낸 기시다는 지난달 내각·당직 개편 때 당 정조회장(정책위의장)으로 옮겨 운신의 폭이 좀 더 넓어졌다. 측근들은 “지명도가 확실히 오르고 있다”며 기뻐하고 있다. 기시다는 유엔이 제시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자신의 정책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시바도 지난 3∼4일 의원 20명이 소속된 이시바파의 수련회를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책을 제대로 국민에게 알리고 우리의 생각이 다수를 차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며 총재 선거에 대한 의욕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정책적으로 공감하는 분이라면 한 사람이라도 더 친구가 되고 싶다”고 세력 확대에 나설 뜻을 밝혔다.
아베 정권이 ‘사학 스캔들’ 등으로 실정을 거듭하면서 당내 ‘반(反)아베’ 기수인 이시바의 인지도가 한층 높아졌다. 지난달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감으로 이시바(22%)가 아베 총리(17%)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기시다(9%)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 고이즈미 신지로(11%)에게도 밀려 4위에 그쳤다.
자민당 지지층 내에서 차기 총리 적합도를 조사하면 이시바가 아베 총리에 크게 밀린다. 당내 기반이 취약하고 “뒤에서 (자기편에게) 총을 쏘고 있다”는 싸늘한 시선도 있기 때문이다. 이시바가 2012년 당 총재 선거에 나섰을 때 당원 대상 1차 투표에선 아베 총리를 꺾었지만 의원 대상 2차 투표에서 패배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포스트 아베’ 2인, 자민당 총재 놓고 본격 라이벌전
입력 2017-09-0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