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에 이어 강원도 강릉에서도 10대 여성 청소년들이 또래 청소년을 집단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성인도 혀를 내두르게 하는 청소년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강릉경찰서는 평소에 감정이 쌓였다는 이유로 친구 A양(17)을 집단 폭행한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감금·공동상해)로 B양(17)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 알려진 지 이틀 만이다.
B양 등은 지난 7월 17일 오전 1시쯤 강릉 경포해수욕장과 자취방 등에서 주먹과 발로 A양을 무차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은 전치 2주 진단을 받았으며 현재 강릉의 한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양과 가해자들은 평소 어울려 지내던 사이였지만 이날 해변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중 그동안 쌓인 감정 때문에 A양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광주 광산경찰서가 중학교 동창을 집단폭행하고 추행한 혐의(폭력행위처벌법 위반 등)로 고교 1학년생 C군(16)등 2명을 구속했다. C군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약 1년간 동창 D군을 공터나 모텔 등에 끌고 다니며 지속적으로 폭행한 것도 모자라 놀이터에서 옷을 벗기고 추행하거나 알몸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올렸다.
지난 5년간 강력범죄를 저지른 10대는 1만5000명이 넘는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대 강력범죄로 검거된 10대는 1만5849명이다. 살인 116명, 강도 2732명, 강간·추행 1만1958명, 방화 1043명이다.
10대들의 범죄는 성인보다 더 잔혹하고 집요한 데다 온라인을 이용해 2차 피해를 주는 경우도 많아 처벌도 강화되는 추세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의 범인인 10대 소녀들에게 이례적으로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3일 ‘소년법을 폐지해 달라’는 요청이 접수됐다. 소년법은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도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의 경우 15년의 유기징역으로 대신하고 소년원에는 최장 2년까지만 송치하는 등 처벌을 가볍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미성년자 유기·살인 등 특정강력범죄의 경우 법원이 20년형을 선고할 수 있다. 청원인은 “청소년의 사고가 이전보다 빨리 발달하기 때문에 소년법은 폐지하거나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에 찬성하는 이들은 사흘 만에 15만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오영근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최근의 사건은 이례적 사례일 뿐 청소년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흉악해지고 있다는 근거는 부족한 편”이라며 “현행 처벌로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소년범의 경우 뚜렷한 가치관이나 삶의 철학이 확립되지 않은 나이인 데다 환경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성인범과 동등하게 처벌하기는 어렵다”며 “소년범 형사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분석한 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요즘 청소년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처벌을 강화하면 억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무조건 처벌을 강화하기보다 범죄의 동기나 가정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별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청소년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지난달 강력범죄를 범한 소년범에 대해 소년법상의 형량 완화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소년 강력범죄 처벌 강화법’을 발의했다.
허경구 이재연 서승진 기자 nine@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괴물’이 된 아이들… “강력한 처벌” 주장 봇물
입력 2017-09-0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