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적폐청산에 文정부 ‘개혁 길잡이’까지… 정해구 누구

입력 2017-09-05 18:27 수정 2017-09-05 21:33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에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장인 정해구(사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를 임명했다. 정 위원장이 이번 정부에서 중책을 맡은 것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장에 이어 세 번째다.

청와대는 5일 “정 위원장은 새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을 지원하고, 국가 중장기 발전 전략을 수립해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이끌어나갈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정책기획위의 주요 임무는 100대 국정과제 이행 지원과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 어젠다 개발·제안 등이다. 정 위원장은 오는 12월까지 활동 예정인 국정원 개혁발전위원장을 겸임한다.

정 위원장은 이번 대선 최일선에서 문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핵심 교수 그룹의 좌장이다. 정 위원장은 2012년 대선 직후 결성돼 지난 5년간 문 대통령의 ‘가정교사’ 역할을 맡아온 교수 그룹 ‘심천회’의 원년 멤버다.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기정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등이 심천회 핵심 멤버다. 2003년 노무현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캠프’ 새로운정치위원회 간사, 이번 대선에서는 싱크탱크인 ‘국민성장’에서 활동했다.

정 위원장의 정치적 소신은 문 대통령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정 위원장은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주장했고, 정치적으로는 현행 대의제 민주주의에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강화한 ‘생활정치’를 강조해 왔다. 문 대통령의 국민참여 민주주의 강조와 맥이 닿아 있다. 정 위원장은 과거 생활정치의 3대 요소로 ‘일자리, 주거, 교육’을 꼽았는데, 이 역시 문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일치한다. 그가 제안한 지역정당을 통한 지역자치운동 등은 당원권 강화를 시도하는 민주당의 최근 혁신 방향과도 비슷한 흐름이다.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정 위원장의 성향을 ‘중도 진보’로 평가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상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성향”이라며 “급진적이라는 평가는 심각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한국정치연구회(한정연) 내에서도 중도에 가까운 진보 성향 학자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정 위원장은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 의원들과도 친분이 깊다. 정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비서진을 상대로 정치 강의를 한 이력도 있다. 한 친문 핵심 의원은 “정 위원장은 우리와는 ‘한 식구’ 같은 사람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사석에서도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눠왔고, 개헌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을 들어왔다”고 전했다. 다른 친문 의원은 “정 위원장은 최장집·임혁백 교수의 계보를 잇는 현실정치 학자로 이해하면 된다”며 “문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문 대통령의 정치적 사고의 틀을 만들어준 분 가운데 한 명”이라고 말했다.

1955년 전남 순천 출생인 정 위원장은 연세대 행정학과를 나와 고려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진보적 학술단체인 한정연 창립 멤버로 참여했으며, 2002∼2004년 한정연 회장을 역임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